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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Apr 30. 2023

펑, 뚫렸다.

- 이리 시원할 수가. 하 하 하

 봄비가 내린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소리가 듣기 좋다. 촉촉한 느낌도 있고 잔잔하게 나를 위로하는 느낌이다. 오늘따라 이 비가 좋다. 막힌 싱크대 밑 배관을 뚫고 깨끗하게 청소했기 때문이다. 1시간 만에 깔끔하게 끝이 났다. 일을 다 하고 나니 비가 내렸다. 이 얼마나 절묘한가.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단독주택이다. 1층으로 우리 식구만 산다. 방이 4개이다. 아이들 방 하나씩 주고 하나가 남았다. 큰 애가 작은 방을 선택했기에 공간이 조금 작았다. 작년에 남은 방 하나를 털어서 문을 만들고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여 큰 애가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방에 문을 만드는 건 남편과 두 아들이 하고, 문틀과 문 크기를 재어서 주문했다. 남편이 아는 사람이라 하루 수고비만 받고 달아 주었다. 도배지와 장판은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남편과 둘이서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할 수는 있었다. 비용면에서 아낄 수 있었고 다 하고 나니 뿌듯함이 들었다. 집을 수리하고 고치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우리 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세 집이 나란히 있는 구조이다. 제일 안쪽이 우리 집이라 조용하다. 가까이에 시장이 있고 큰 도로가 멀지 않아 교통도 괜찮다.  

 단독주택의 좋은 점은 조용하고, 마당에 작은 화단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심어서 키우는 재미가 있다. 불편한 점은 난방비가 많이 나가고, 싱크대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몇 번이나 펑을 넣어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최대한 막히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남편은 한 달이라는 주기를 만들어 펑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며칠 전에 펑을 넣었지만 그 다음날 설거지를 하는데 밑에서 삐질삐질 물이 나오고 있었다. 물을 닦아 내고 신문지로 흡수시키고 난리를 쳤다. 저녁에 남편이 여러 가지 방법을 해 봤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업체가 왔다. 처음 부른 업체는 약속한 시간에서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하고 있는 일이 늦어져 오후에 오겠다고 하여 ‘이게 뭐지’하는 마음에 다른 업체에 전화를 하니 20분 후에 도착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은 진행되었다. 일을 잘하였다. 먼저 업체에 취소 전화를 하였더니 그제야 죄송하다고 한다. 내시경으로 막힌 곳을 살펴보고 막힌 곳을 찾았다. 긴 호스가 배관을 타고 들어가 돌돌 돌아가면서 막힌 곳을 뚫었다. 기름떼는 노란색의 돌덩이가 되어 나왔다. 주택이라 마당에 있는 배관까지 살펴보고 청소를 해 주었다. 1시간에 다 마무리가 되었다. 


 싱크대 물 빠짐을 해결하고 나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목돈이 나갔지만 뭔가를 말끔히 해소한 느낌이었다. 배관이 깨끗해지니 내 속이 깨끗해진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내 몸 구석구석 붙어 있는 지방 덩어리도 걷어내면 몸이 한결 가뿐해지겠지. 무슨 수로 빼낼까. 운동과 적당한 식이요법으로 살을 빼면 된다는 걸 안다. 아는 걸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이다. 간절히 빼고는 싶은데 지방덩어리는 이미 나와 한 몸이 되어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지방을 빼내는 기술을 개발하면 아마 대박이 나지 않을까. 누군가 발명해줬으면 한다. 몸이 상하지 않고, 부작용이 적고 지방덩어리는 쏙 나가는 기술. 개발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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