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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May 07. 2023

변화인가, 깜짝 변신일까?

- 아버지의 행동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점심을 먹었다. 


 뭘 드시고 싶냐고 물었더니 고기를 먹자고 했다. 매번 한정식을 선호하는 엄마의 말이라 의외였다. 식당까지 지정해 주었다.


 어버이날은 내일이기에 오늘은 식당이 붐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예약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일로 인하여 멀리 출장을 갔다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상태가 불량한 모양이었다. 


 약속 시간 5분 전이었지만 우리보다 엄마가 먼저 도착했다. 카운터에서는 예약을 하지 않아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미 대기하는 인원이 꽤 있었다. 대기석에 앉아서 기다리니 아버지는 주차를 하고 오셨다.


 아버지는 기다리는 거 싫어한다. 엄청 싫어한다. 물론 나도 기다리는 건 싫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밖에 비는 내리고, 오늘처럼 부모님과 동반하는 가족은 많으니 비슷할 것이다. 내가 예약을 하지 않아 기다려야 된다고 하니, 그냥 다른 식당으로 가면 안 되겠냐고 한다.   

   

 “아빠, 30분만 기다려보고 … 정이 안되면 다른 곳으로 가는 걸로 하죠.”


 어쩐 일인지 아버지는 대기석에 앉으시면서 알았다고 한다. 화를 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는 동안 대기석의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25분이 될 즈음 우리 자리가 생겼다. 아싸. 


 여기 메인 메뉴는 양념목살이다. 보들보들 맛있었다. 부모님은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4인분을 시키고 다시 2인분을 추가로 먹었다. 두 분은 배가 부르다며 밥은 안 먹어도 된다고 하였지만 된장찌개 두 개를 시켰다.  막상 찌개가 나오니 잘 드셨다. 

 밥을 다 먹어 갈 즈음, 아버지의 말에 우리는 깜짝 놀랐다. 


 “4층에 올라가서 커피 한잔 할래?”

 “?????????”

 “아니 매번 식사하시고 바로 가시더니?”

 남편이 아버지의 말에 놀라 말하니,

 “와? 니들 바쁘나?”

 “아뇨. 우리 안 바빠요. 좋아요.”


 우리는 결혼(24년이다) 하고 처음으로, 네 명이 사이좋게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처음 마시는 커피이다. 항상 밥을 먹고 나면 제일 먼저 일어나서 집으로 가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다. 


 내 아버지는 성질 급하고, 목소리 크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화를 하도 많이 내서 아버지 본인도 미안했는지 새해 소망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소망은 소망일 뿐이다. 다짐은 하지만 실천은 되지 않았다. 식당에 가서 음식이 금방 나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나가자고 하는 분이었다. 우리는 울상이 되어 일어나야 했다. 


 그런데 세상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자니……. 아버지는 80이 넘었지만 아직 정정하시다. 아직 젊다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지 않는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점심 맛있게 먹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용돈을 드리고 두 분을 배웅했다. 


 우리가 대접을 했지만 이상하게 뭔가를 받은 느낌이다.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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