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May 21. 2023

진도 바닷길 축제, 그 엄청난 장면을 본 적 있나요?

 - 지난 4월의 진도 

 

진도 바닷길, 띠를 두르고 바닷속을 걷는 사람들



 잔잔한 바다, 푸른 물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조용하다. 그런 바다가 일 년에 3일, 짙푸르고 깊은 다가 갈라지면서 길을 만들어 낸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진도에 바다가 갈라진다는 기사를 아주 오래전에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번에 무슨 마음이었는지 자꾸 가고 싶었다.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과 화면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은 다르니까.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축제일을 찾아보니 마침 토요일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가기로 했다. 진주에서 출발하면 3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간에 살짝 막혔다. 작은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그리 많이 막히지는 않았고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다시 출발했다. 


 2시에 도착하니 축제답게 여기저기서 음악소리며 천막들이 보였다. 작은 공연을 여러 군데에서 하고 있었다. 가볍게 눈으로 보고 지나갔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바닷가라 바람이 제법 불었다. 


 진도의 축제를 구경하면서 바닷길이 열리는 곳에서 기다렸다.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지나갔다. 


 오후 6시 50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되자, 119 소방대원들은 안전을 위해서인지 긴 띠를 양쪽으로 잡고 길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상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이 조금씩 빠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긴 장화를 신은 사람들, 슬리퍼로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 반바지에 맨 살을 드러낸 사람들, 운동화로 저벅저벅 걷는 사람들, 각자의 방식대로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의 순간이 지났지만 물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빠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어느 정도 빠져서 걸으면 무릎 아래에 닿았다. 우리도 여기까지 왔으니 준비한 장화를 신고 들어갔다. 파도가 쳤다. 파도가 치니 물이 바지에 튀어 올랐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나왔다. 옆에 있는 소방대원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물이 빠지는 게 맞아요?”

 “아니에요. 물이 다 빠져서 모도까지 길이 열리는데, 오늘은 안 빠지네요. 원래 4월보다 3월이 더 잘 빠지는데 그때는 날이 추우니까 4월에 축제를 해요. 내년에 오세요.”


 물이 빠지는 것이 자연의 현상이듯 안 빠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이다. 물이 자박자박 있는 바닷길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내년에는 더 멋진 바닷길을 볼 수 있을까? 내년에 나는 보러 올 마음이 생길까? 


 진도 바닷길 축제는 진도의 큰 축제이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삼 일간 행사들이 짜여 있었다. 그것만 즐겨도 재미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축제에는 관심이 없다. 신비로운 바다의 장관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와, 멋지다. 멋져”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아쉬움이 아주 많이 남는다. 바다는 왜 내편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제사는 대물림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