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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un 03. 2023

타임머신을 타면 일어난 일들을 막을 수 있을까?

 - 간절히 바란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현재 일어났던 일들을 발생하지 않게 한다면 어떨까. 내가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현재 급한 건 내 일을 바꾸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 벌어진 일들을 막아야 한다. 


 우선 두 분이 안 만나는 게 제일 좋은데 …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라 아마 불가능하리라.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엄마는 내게 그랬다. 나와 동생을 낳고 나서 더 낳고 싶지 않았는데 할머니와 아버지가 원해서 어쩔 수 없이 동생 둘을 더 낳았다. 그러나 키울 때 힘겨웠다고. 

 4남매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동생들을 돌보는 게 나 역시 가끔은 귀찮았다. 특히 막내를 업고 다녀야 했다. 개울가에 물놀이를 가야 할 때 동생을 업고 갈 때는 힘들었다. 그러나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7살 차이의 남동생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공부를 가르치다가 짜증이 나서 화를 많이 낸 게 미안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면 “야, 공부 안 해도 돼.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하면서 동생을 지지해 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아버지를 꺾어야 하는데 가능할까. 막냇동생은 아버지를 꺾지 못했다. 어쩌면 이건 할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 작정을 써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보는 게 필요하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대신 삼촌 두 분을 책임지고 공부 뒷바라지를 했다. 이 일로 아버지는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엄마의 스트레스는 말도 못 한다. 두 분의 결혼까지 책임졌다. 삼촌 두 분은 원하시는 대로 뜻을 이루었다. 뒷바라지를 받을 때는 “형님, 제가 조카들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그럼 나는 아버지에게 두 분을 책임지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어린 내 말을 따라줄까?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동생들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도와주면서 엄마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할 수 있나. 어렵다. 


 엄마는 갱년기를 심하게 겪었다.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일어난 일이고, 떨어져 지낼 때 생긴 일이라 알지 못했었다. 이건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갱년기에 좋다는 약을 드리고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수 있겠다.  

 엄마는 건강하시다가 급성 당뇨가 왔다. 원인이 둘째 이모 때문이었다. 이모가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건 막아야 한다. 

 내게는 이모가 많다. 엄마는 사촌과도 아주 친하게 지내어 이모가 다섯이나 된다. 이모가 많은 게 좋았다. 이모들은 뭐든 다 해 주었고 좋은 안식처가 되었으니까. 둘째 이모집에 자주 놀러 갔었고 사촌과도 잘 놀았다. 이모부도 잘해 주셔서 편했다. 문제는 이모가 일을 벌인다고 엄마에게 돈을 빌리지 않게 하면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할 것이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러면 이모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고, 엄마에게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건 필히 막아야 한다.

 

 작년 11월에 심한 변비로 입원을 하여 병원에 2주 계시면서 살이 10킬로 빠지고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먹는 것에 까탈스럽고 잘 먹지 않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유산균과 과일을 꾸준히 먹을 수 있게 관리를 하여 막아야 한다. 이것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걸 막아야 다음 것을 막을 수 있다.


 바로 며칠 전에 아버지랑 나들이를 갔다가 엉덩이 부근에 골절이 생겼다. 이 일로 입원을 하고 이제 수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수술 후에 재활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엄마의 뼈가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약하다는 의사의 말. 


 아버지는 쌀쌀이다. 현재 여든이 넘었음에도 어디로 다니기를 좋아한다. 문제는 혼자 다니면 되는데 가기 싫다는 엄마를 끌고 간다. 이번에도 엄마는 허리가 불편하여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혼자 가면 되는데 굳이 바람 쐬러 가자고 설득과 협박에 엄마는 끌려갔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힘들어 잠시 앉았는데 일어서다가 뚜두둑. 그렇게 엄마는 엉덩이에 골절을 입으셨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제일 급한 게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 차라리 두 분을 따로 사시게 하는 게 어떨까. 그러면 서로 편하지 않을까. 문제는 엄마는 동의하지만 아버지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생각만 바꿀 게 아니라 엄마의 생각도 바꾸게 해야겠다. 아, 엄마의 목소리에 힘을 실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엄마가 직장을 구하게 하여 일을 하시게 하는 것이다. 아마 아버지는 엄청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기필코 해야 한다. 그러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다. 아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엄마의 수술 후가 두려운 만큼 간절하다. 누가 나에게 그런 능력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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