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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un 11. 2023

바람을 쐬러 나갔다.

- 기분 전환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고, 뭘 읽는 것인지 모르겠고, 나른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왜 이러지?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멍한 시간이 많아졌다. 

 이유를 생각했다. 이유는 많았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고, 수술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엄마는 누워 있으니 힘들 것이다. 짜증이 날 것이다. 입맛이 없으니 죽을 사 오라고 했다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가, 사 오지 말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 화를 낸다. 간호사가 엄마에게 뭔가를 전달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식으로 바꾸어 버린다. 


 알면서도 화가 나고, 알면서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족 중에 누군가 병원에 있는 건 일상이 깨지는 일이다. 


 통합병동에 있는 게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병원에 얽매이지 않으니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자주, 오래도록 볼 수 없으니 불편하기도 하다.

 

 오늘은 일요일. 고민을 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다. 11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어탕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그래. 꽤 인기 있는 어탕집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가게에 막 들어서니 남편 친구분이 있었다. 오랜만이라 반갑게 인사했다. 음식을 한참 먹고 있는데 나가면서 계산을 하고 간단다. 


 예? 다음에 맛있는 냉면 사 주세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뜻하지 않았던 친절에 감사한 마음과 웃음이 난다. 작은 행운을 받은 느낌이다. 맛있게 먹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산을 보고, 계곡을 보고, 시원한 커피로 쉼을 했다. 


 갈 때는 그냥 길을 나섰는데 돌아오니 힘이 난다. 긍정의 힘이 생긴다. 


 엄마는 좋아질 것이고, 퇴원할 것이고,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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