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이 Jun 16. 2023

하얀 치자꽃이 피었다.


 우리 집 마당 한쪽에 있는 작은 화단. 


 장미 두 그루, 치자나무, 허브가 심어져 있다. 먼저 장미 한 그루를 사서 심었다. 잘 자라 주었다. 자신감이 생겨 허브를 심었다. 허브는 건드리면 향이 번진다. 그 향이 해충과 다른 벌레들을 쫓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작년에 다시 장미 한 그루와 작은 치자나무를 심었다. 치자나무를 선택한 것은 마찬가지로 향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치자나무에 봉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오늘 두 송이의 하얀색 꽃을 피웠다. 하얀색의 꽃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면서 ‘아 예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자신의 정성이 들어가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나. 치자나무에서 꽃이 필 것이라는 상상을 못했기에 감동은 더했다. 


 차자꽃에 대한 의미를 찾아봤다. 모양새는 소박하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다. 예로부터 신부의 부케로 사랑받았다. 가을이면 황홍색으로 익는 열매는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데 이것을 ‘치자’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염색 재료로도 쓰였다. 한방에서는 불면증이나 황달 치료제로 사용된다. 치자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다. 치자꽃은 불면증이나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사람에게 좋다. 해열작용 및 이뇨작용까지 있다. 치자꽃의 꽃말은 한없는 즐거움이다. 


 ‘한없는 즐거움’ 

 세상에 한없는 즐거움은 없다. 있다고 한들 계속되는 즐거움이 진정 즐거움일까. 그러나 현재의 나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즐거움으로 인해 웃을 수 있고, 삶의 에너지가 생길 수 있으니까. 


 부모님은 연로해지고, 자주 아프고, 병원에 가는 등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생기면 내 일상이 변한다. 변화된 일상에 즐거움이 생긴다면 기쁠 것이다.


 치자나무에 꽃이 피었을 뿐인데 이 작은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는 하다. 그러나 꽃에 의지해서라도 즐거운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웃음은 걱정을 날리는 치료제니까. 

작가의 이전글 바람을 쐬러 나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