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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Jul 22. 2023

여행의 방법

- 많이 볼까 아니면 쉴까?

 낯선 장소로 떠나면 무엇이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편하게 즐기면서 여유롭고 한가롭게 다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자주 여행을 다녔지만 부모님이 이끄는 대로 떠나고 해 주는 대로 지냈기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가족이 함께 떠나서 여러 장소를 다니고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전부였다. 


 결혼 후,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두 번 갔었다. 동생들과 올케, 제부가 모두 함께였다. 두 번 다 마찰이 있었다. 첫 번째 여행에서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기면서 작은 다툼이 발생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일어난 일이기에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화해를 했지만 기분 좋은 여행은 아니었다.  

 낯선 장소에 간 다음 날 아침, 부모님은 일찍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다 했지만 우리들은 아니었다. 전날 기분 좋게 마신 술로 인해 일어나기 힘들었다. 쉬엄쉬엄 다녔으면 하는 우리와 달리 부모님은 많은 걸 보고 느끼길 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서 아버지의 인상은 구겨져 있었다. 여행이 가시방석이었다. 


 두 번째 여행에서도 다툼이 생겼다. 이번엔 남동생과 남편의 싸움이었다. 이미 첫 번째 여행에서 아버지가 어떤 부분에서 신경을 쓰는지 알게 된 남동생이 아버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행동이 느린 남편의 태도에 남동생이 태클을 걸었다. 자형에게 태클을 건 것이다. 아무리 순한 남편이지만 그런 행동을 용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싸움이 생겼고 나는 그런 동생을 볼 수가 없었다. 싸움을 말리며 짐을 싸서 가자고 했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떨 것 같냐며 진정하기를 원했다. 지금 당장 나와 남편이 기분 나쁜데 그게 뭔 상관이란 말인가. 남편은 엄마의 말에 따르자고 했다. 자기도 기분 나쁘지만 남은 식구들이 있고, 아이들이 있으니……. 


 그렇게 두 번의 여행이 우리 가족 여행의 끝이었다. 이 여행으로 나는 알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는 많은 것을 보고, 알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은 편하게 쉬다 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여행을 가서 쇼핑을 하고 눈이 즐거운 것을 원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원할 수 있다. 나는 후자이다. 적당히 주변을 탐색하고 편히 쉬면서 자연을 즐기고 몸을 쉬게 두는 쪽이다. 


 어떤 여행이 좋은가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방법대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어릴 때 아버지가 많은 장소에 우리를 데리고 가서 많은 것을 보여 주었기에 내가 원하는 취향이 어떤지 알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 부분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함께 여행을 가서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 다 같이 모여 텐트 속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즐거움이 어디론가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될 것이다.     


 여름이면 다 함께 휴가를 떠난다. 즐겁게 떠난 휴가가 엉망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서로의 취향과 즐기는 방식을 알아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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