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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Sep 10. 2023

날이 시원해지니 기분이 좋다는 아들!


 햇살은 눈을 아프게 하지만 아침과 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해지고 있다. 


가을이 오는 중이다. 가을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 겨울이 올 것이니 우리는 빨리 이 가을을 느껴야 한다.


 내가 가을 타령하고 있을 때 추위를 타는 작은 아들은 웬일인지 시원해져서 좋단다. 


 “추위 대장이 웬일이야?”

 “날이 추워지면 제대할 때가 다가온다는 거잖아.”

 “맞네. 하하하하하”

 옆에서 남편이 거든다.

 “벼가 익고 추수를 다 할 때쯤 되면 지금보다 실감 날 거다.”

 “울 아들 지금 병장이니 조금만 더 있으면 집에 올 수 있겠다.”


 그렇게 즐거운 통화를 하고 있다가 끝날 즈음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훈련이라 통화 못한다.”

 “잉 … 그렇구나.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훈련 잘하고….”


 작은 아들은 추위를 유난히 탄다.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내복을 꼭 입는다. 경기도의 추위는 남쪽보다 훨씬 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시원해지니 기분이 좋다는 아들, 남은 기간을 얼마나 손으로 헤아리며 있을까. 제대가 다가오니 추위도 반가운 것이다. 이제 남은 복무기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12월이 되면 집으로 올 것이다. 


 남편은 아이들을 키울 때 그런 생각을 했단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될 때 즈음이면 군 제도가 바뀌어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아직 현실은 그대로이다. 


 복무기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의무사항 중 하나이다. 


 작은 아들의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대신 큰 아들의 군대가 남아 있다. 마음이 무겁다. 내가 이런데 본인은 어떨까. 보통은 한 번 보내 봤으니 두 번째는 낫지 않을까 하는데 아니다. 보내 봤기에 더 그러하다. 이병에서 일등병으로, 다시 상병으로의 과정이 쉽지 않다. 


 별 탈 없이 지금까지 오기는 했지만 휴가 나와서 술을 마시며 지나가는 말로 힘들었던 순간들을 말할 때 가슴이 짠하니 아프다. 시시콜콜 일상을 말하고 있지만 내가 걱정할 일은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걱정되고 힘든 순간들을 홀로 견디고 이겨내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면서 안쓰럽다. 어른이 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세월이 흘러 내 아이들이 자식을 낳았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을 물러주고 싶은 마음은 다 있다. 그런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 


 “김정은, 우리 손을 맞잡고 좋은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보면 어때?”

 “그럴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 북한은 살기가 힘들어. 체제는 무시하고 경제를 위해 손을 잡자고.”


 그렇게 남북한이 이념은 개나 주고 한마음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힘이 커지고 경제 역시 발전하고 우리의 자손들은 지금보다 다른 세상에서 살지 않을까. 


 물론 알고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그럼에도 그런 세상이 왔으면 한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악수(인터넷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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