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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Oct 02. 2023

김천으로의 여행

 결혼기념일을 겸하여 30일 경북 김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많은 장소 중에 김천을 선택한 이유는 직지사 때문이었다. 예전에 어떤 언니가 직지사가 괜찮았다는 말에 어떤 곳일지  궁금했었다. 숙소를 예약하고 1박 2일 동안 김천 일대를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댁이나 친정이 모두 진주에 있어서 오전에 시댁에서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고, 조금 쉬었다가 친정에 가서 부모님과 형제들, 조카들을 만났다. 만남은 짧을수록 더 좋은 법, 잠시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30일 오전 8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김천까지는 여유 있게 잡아서 두 시간 나왔다. 휴게소에서 커피와 간식을 먹고 직지사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헐렁했다. 다른 사찰과 달리 직지사에서는 입장료가 없었다. 


 ‘직지사’ 이름이 멋지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直指’라는 명칭은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다. 학문에 의지하지 않고 곧바로 마음의 본성을 직관해 부처를 이루게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직지사는 ’ 동국제일가람‘이라 일컫듯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가 출가한 곳이다. 대웅전 옆에 있는 사명각 현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쓴 것이다.

 직지사는 제법 큰 사찰이었다. 대웅전 앞에는 3층 석탑이 두 개 있었고, 비로전 천불상은 1000개의 옥돌로 1656년 경잠스님이 손수 만들어 조성되었다.

 



대웅전과 사명당에서 우리 가족의 안녕과 소망을 빌었다. 직지사에서 나와 공원으로 만들어진 사명당 평화공원에 잠시 들렀다. 크게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높게 만든 탑 주변으로 가족들이 쉬고 있었다. 점심으로 산채 비빔밥을 먹었다. 비빔밥에 올려진 갖가지 나물과 몇 가지 반찬이 깔끔하니 괜찮았다.  



 


 점심을 든든히 먹었으니 걸으면서 소화시킬 곳을 찾았다. 부항댐 출렁다리로 갔다. 출렁다리는 중간 부분부터 제법 출렁거렸다. 무서움 많은 나지만 건너 다닐만했다. 출렁다리를 건너가니 집라인이 나왔다.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남편 혼자는 타지 않겠다고 하여 구경만 했다. 집라인을 타는 사람들은 무섭지 않은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꽤 탔다.

 

 다음으로 인현왕후길이 있는 청암사로 갔다. 인현왕후가 폐비되어 머물다가 다시 복귀되어 궁으로 들어갔기에 긍정의 의미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청암사는 비구니 승가대학과 연계되어 있는 곳이었다. 사찰은 작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청암사를 나오기 전에 자그마한 찻집에서 따뜻한 생강차와 모과차를 마셨다. 직접 썰어서 절인 것이라 달지 않으면서 은은한 맛이 좋았다. 이곳에서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건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기분이 좋았지만 많이 걸어서 지치고 있었다.  숙소는 김천혁신도시에 있었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가격만 호텔급이지 다른 부분에서는 아니었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조금 늦게 갔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다음날은 김천 치유의 숲인 자작나무숲으로 갔다. 숙소에서 1시간 거리였다. 꼬불꼬불 산길로 가야 했다. 주차장에서 꽤 걸었다. 일요일이라 체험학습은 운영하지 않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들어가는 입구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바위와 이끼가 많았다. 도토리를 봐서는 다람쥐나 청설모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자고 있는 시간이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숲은 조용했다. 


 사명대사 덕분에 임진왜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인현왕후 덕분에 숙종과 장희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인현왕후의 삶이 어떠했을까 상상해 봤다. 6년의 재위 기간 동안 회임이 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고, 다시 복귀되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았다.  왕비라는 명예와 권력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이었을까. 


 좋은 곳이라고 알려진 곳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한 곳을 정해서 살펴보는 것도 괜찮았다. 직지사 때문에 간 김천이었는데 인현왕후를 더 생각하게 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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