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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Sep 24. 2023

어탕 국수

- 따뜻한 게 필요해

 



 점심으로 어탕 국수를 먹었다. 초전동에 위치한 ‘경호강어탕’은 인기 있는 곳이다. 12시가 다 되어 가서인지 번호표를 뽑고 대기를 해야 했다. 6번. 잠시 기다리니 자리가 생겼다. 어탕 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반찬으로는 양파 절임, 김치, 깍두기, 오이무침과 어탕에 넣어서 먹는 방아잎이 나왔다. 


 경상도에서는 국이나 여러 가지 반찬에 방아잎을 많이 넣어 먹는다. 향이 진하지만 고소하다. 그러나 처음 방아잎을 맡은 사람은 향이 진하여 손사래를 치는 걸 봤다. 지역마다 좋아하는 게 다른 것이다.

         

 어탕국수는 흐르는 개울물에 그물을 치고 천렵을 해서 잡은 물고기로 만든 국, 즉 '천렵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천렵국은 모래무지, 피라미, 꺽지, 붕어,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를 잡아 뼈를 추려낸 뒤 풋고추와 호박, 미나리 등의 채소를 듬뿍 넣고 푹 끓인 후 고추장을 풀어 만든 음식으로 민물매운탕과 비슷하다. 여기에 국수를 말면 어탕국수, 수제비를 떠 넣으면 어탕수제비, 밥을 말아서 끓이면 어죽이 되는 것이다.

     

 진주에 있는 어탕은 호박이나 미나리를 넣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호박이나 미나리 대신 작은 배추를 잘게 만들어 넣고 갖은 야채가 들어 있다.

      

 어탕국수는 지리산 줄기에 연결된 경남지방에서 즐겨 먹었는데 이곳에는 맑은 강과 개울이 많아 민물고기가 풍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음식이었다. 특히 경상남도 산청의 경호강은 급하게 돌며 흐르는 여울이 많아 이곳에서 잡히는 민물고기(쏘가리, 메기, 피라미, 미꾸라지)는 육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어탕국수는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 서민들에게는 중요한 단백질 섭취수단이었으며, 민물고기를 뼈째 야채와 함께 삶아 끓이면 칼슘도 풍부하여 보신탕 또는 삼계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여름 보양식이었다. 또한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좋으며 숙취와 해장국으로도 적합한 건강식품이다.     


 가을비가 며칠 내리고 나니, 날이 선선해졌다. 따뜻한 어탕 국수가 생각났다. 자리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옆 자리에 앉는 사람은 어탕 수제비를 주문한다. 메뉴에 없다. 서울에는 어탕 수제비가 있다. 어탕 수제비는 매운탕 느낌이 강하다. 매운탕에 수제비가 드문 드문 들어 있으니 건져 먹는 맛이 좋다. 아마 여기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추어탕이나 장어탕, 어탕 등 몸에 좋은 음식들을 찾아서 먹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이가 드는 건 서글픈 일이다. 아직 이루어 놓은 것이 없기에 더 그러하다.  


 작은 아들이 휴가 나왔을 때 함께 먹었는데, 국물을 둘 다 많이 남겼다. 

"국물이 진국인데 와 다 남기노."

"배가 불러서 다 안 들어가는데."

"아직 멀었네~. 어탕 먹을 줄 모르네."

 남김 없이 다 먹은 건 남편 뿐이었다. 

어탕의 진국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모르는 게 나을려나? 


계절이 바뀌니 지난 추억이 생각나고, 휴가 나올 아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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