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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Oct 27. 2023

밥솥이 고장 났다.

- 세 번째 밥솥

 며칠 전부터 밥을 하면 어떤 때는 잘 되었다가 또 어떤 때는 아니었다. 압력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밥이 펄펄 날아다녔다. 밥솥을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돌 돌아가는 부분을 빼서 깨끗이 씻었다. 압력을 할 때 김이 잘 빠져야 하니까. 다음으로 밥솥 주변을 깨끗이 했다. ’ 이제는 괜찮아졌겠지 ‘ 기대하는 마음으로 밥을 했다. 김이 빠지는 소리가 났다. 약간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밥을 퍼 보니 여전했다. ’ 문제가 뭘까. 압력 패킹을 청소해야 하나. 아니면 새로 사야 하나.‘ 전기를 빼고 밥솥을 다시 청소했다. 패킹을 빼고 솥뚜껑을 씻는데 이상 했다. 솥뚜껑에 눌어붙은 부분을 씻는데 비닐 같아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씻는데 비닐이 벗겨진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였다.


 결국 무거운 밥솥을 끌어안고 서비스센터에 갔다. 직원은 내가 가지고 간 밥솥을 보더니,

 “이건 이제 안 나오는 제품입니다. 부품이 없어요.” 

 허탈했다. 이제 부품이 없다니……. 내 기억에 지금 사용하는 밥솥이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년이 되었지? 어찌해야 하나. 그때 살 때 너무 저렴한 걸 산 건가? 


 버려야 할 밥솥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을 했다. ’ 새로 사야겠지? 밥은 해 먹어야 하잖아.‘


 마트로 들어가니 직원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압력밥솥을 살펴봤다. 6인용과 10인용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4인 가족이다. 밥을 그리 많이 하지 않으니 6인용으로 살까 어쩔까 고민하면서 제품을 보았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하던 습관을 잘 버리지 못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6인용으로 사도 되는데 밥솥의 크기가 엄청 차이 나 보여서 망설여졌다. 결국 10인용을 샀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올 일은 별로 없지만…. 


 새로운 제품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다. 우선 솥뚜껑을 잘 씻을 수 있게 분리되었고, 밥이 없을 때 전원을 끌 수 있는 기능, 죽이나 계란찜을 만드는 기능까지 있었다. 가격은 제법 되었다. 


 밥솥이 고장 나는 건 예상치 못한 일이고, 새로 살 예정 역시 없었다. 고쳐서 사용하려고 했다가 새로운 제품을 산 것이다. 돈은 들어갔지만 새로운 건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새로운 밥솥을 보더니 큰아들이 말했다. 

“아니 예정에 없던 지출로 내 생일 선물은 가능할까요? 아, 걱정되네.” 

아들의 말이 나는 웃음이 났다.


 10월에 태어난 큰아들의 생일이 며칠 남았다. 케이크와 미역국으로 축하해 줄 예정이다. 새로운 압력밥솥으로 맛있는 밥이 되겠지. 찰지고 부드러운 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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