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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Nov 03. 2023

못생긴 사과

- 감홍의 놀라운 반전 매력

 

이쁘지 않은데 아주 맛나요. 

 


 일 때문에 창원에 갔었다. 예전에 갔었던 곳인데 그때랑 뭔가 많이 달랐다. 주택 주변이라 한산하면서 조용하였고 주차할 공간 역시 많았는데 북적북적하여 골목길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장날인지 온통 장사들 세상이었다. 시장이 열리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양한 종류의 상인들이 판을 벌리고 있었다. 


 과일, 야채, 뻥튀기, 만두, 반찬류, 빵, 부침개, 족발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았다. 다른 곳보다 저렴해 보였다. 업무를 마치고 다시 시장을 천천히 돌면서 살 물건을 살폈다. 


 귤 5천 원 치를 사고 사과를 보고 있는데 조금 못생겼다. 작은 바구니에 담겨 있는데 만원이라고 했다.


 “맛이 있을까요?” 

“생긴 건 이래도 아주 맛있는 감홍이라예.” 


 아저씨의 말을 듣고도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빛깔이나 모습이 영 아니었다. 


 “믿고 사 보이소.” 


 만원 어치를 샀다. 최근에 산 사과가 영 달지 않아 겨우 먹었기에 아저씨의 말을 백 프로 믿지는 않았지만 저렴해서 샀다. 한참을 돌아보니 아주 오랜만에 보는 빵도 있었다. 야채빵인데 그 위에 연한 소스를 발라서 주는 것이라 반가움에 몇 개 샀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칼국수를 시켰다. 세 개의 테이블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두툼한 체격을 가진 아주머니 두 분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연세가 꽤 들어 보였다. 60대 전후일 것 같았다. 한 분은 다리가 불편한지 절고 있었다. 한 분이 음식을 만들면 다른 분은 야채를 다듬었다. 두 분과 단골손님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오늘은 장날이라 꽤 많이 판 모양이었다. 


 6천 원 하는 칼국수가 나왔다. 나보다 조금 늦게 온 네 분은 칼제비를 시켰다. 메뉴판에 없었다. 나도 칼제비를 먹고 싶었다. 이미 주문이 들어간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아쉬웠다. 칼국수의 맛이 특출 나지는 않았다. 함께 나온 김치가 딱 내 입맛이었다. 마음 같아선 김치를 사고 싶었다. 


 배부르게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사과를 냉장고에 넣었다. 다음날 씻어서 먹었다.

 와우. 기가 막혔다.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아삭하면서 단맛이 진했다. 

 아저씨의 말은 진실이었다. 


 사과의 종류를 찾아보았다. 다양했다. 내가 아는 종류는 몇 개 되지 않다. 


감홍사과는 1992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산 사과라고 한다. 당도가 높지만 재배가 까다로워 현재 경북 문경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물량이 많지 않아 한 달 정도 지나면 판매가 종료 된단다. 


사과의 겉표면이 약간 거칠고 붉은색이 선명하지 않아 손이 쉽게 가지 않았는데 입에 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맛이었다. 이게 사과지. 내가 사과에 대해 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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