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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이 Nov 11. 2023

남편이 반찬이다.


 ’남편이 반찬이다‘ 란 말을 예전에 아는 지인에게 들었다. 


 매 끼니를 차리기 싫지만 함께 먹는 식사이기에 남편을 위해서 반찬을 한 두 가지라도 더 하게 된다. 남편을 위하는 일이지만 결국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혼자였다면 귀찮아서 먹지 않게 되고, 하지 않게 되는 일이 많다. 


 저녁 늦게 텔레비전을 보다가 ’김창옥 리부트쇼‘를 보게 되었다. 요즘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인들의 사연을 들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그들과 나의 삶의 비교해 보면서 내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강연자의 말은 자극적이지 않다. 굉장한 해결책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묘하게 뭔가를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강연자가 하는 과장된 연극적인 행동 역시 재미있다. 웃음을 주니까. 


 그의 아버지는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매 끼니 갓 지은 뜨거운 밥을 드시는 분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살이 급속도로 빠진다.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 밥을 차리지 않고 먹지 않기 때문이었다. 남편을 위해 매 끼니 힘들게 밥을 차리며 함께 먹었는데, 귀찮고 힘든 그 일이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얘기도 생각난다. 두 친구가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어떤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었다. 그냥 두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망설였다. 추운 겨울이었고 둘 다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 친구는 먼저 갔다. 다른 친구는 쓰러진 사람을 업고 걷기 시작했다. 혼자 걷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을 업고 가니 당연히 걸음이 느리고 속도 또한 나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마을에 겨우 도착할 즈음 누군가 쓰러져 있었다. 먼저 간 친구였다. 너무 추운 날씨와 허기로 인해 지쳐 쓰러진 것이었다. 한 사람을 위한 일이 결국 자신을 살리는 일이었다. 


 가난한 할머니가 어린 손주를 돌보며 힘겹게 사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가끔 본다. 손주는 할머니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할머니는 손주를 위해 일을 하면서 건강에 신경 쓴다. 두 사람은 힘들지만 서로를 위해 살면서 자신을 돌보게 된다. 나이 든 할머니가 힘겹게 일을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러나 서로를 위하는 사랑과 애정이 있기에 가난하지만 두 사람은 행복하다. 손주 역시 할머니의 정성과 노고를 알기에 어긋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독립을 하고 나면 부부 역시 독립을 꿈꾼다. 자신들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를 이해하면서 서로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은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 보다 그 동안 해 보지 않았던 부엌일이나 집안일에 관심을 갖고 해 보고, 아내 역시 은퇴한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야 할 시간이 길어졌다. 혼자 보다 둘이라서 좋은 사이가 되어야 한다. 혼자 보다 못한 둘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다면 남은 시간 역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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