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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표 Oct 22. 2024

나의 불안이에게 하는 세미블러핑

    20살이 되고 그 이후로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두고 많은 것을 도전하였다. 마치 아무런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고 있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그 속에 불안함과 조급함을 숨기고 살아왔다. 


    홀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나를 부정적이게 보는 주변 사람들과 나에게까지 블러핑 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걸 모두 한다는 것이 누군가가 보기에 굉장히 불안하고 무모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까지도 절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서 행복하기만 한 모습, 확신에 가득 찬 모습만 보이려고 의식하고 있었던 거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 잡념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군 복무를 하며 늦은 새벽 근무에 들어서면 '빠르게 성공하고 싶다'. '나도 진짜 좋아하는 일을 언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맞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걸까?'라는 우려들 속에서 근무를 보내고 늦은 잠에 들기도 했다. 다행히도 나의 길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 걱정들은 단지 늦은 잠과 함께 사라지는 일이 많다.

    홀덤에는 '세미블러핑'이라는 개념이 있다. 카드가 한 장씩 공개되고 그에 따라 몇 단계씩 베팅을 하는 홀덤에서 "다음 카드가 하트면 플러쉬로 이겨.", "다음 카드가 8이나 K이면 스트레이트로 이겨"와 같이 지금 나의 패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다음 단계에 어느 정도 이길 확률이 있을 때에 하는 블러핑을 세미블러핑이라고 한다. 현재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미래에 강할 수도 있는 나의 핸드에 어느 정도 부담을 맡기고 블러핑을 하는 것이다. 포커 초보자가 실력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무지성 블러핑의 빈도를 줄이고 세미 블러핑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나는 나의 도전에 관해서 세미블러핑하기로 했다. 원하는 미래의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나의 불안이에게 블러핑 한다는 말이다. 다행히 나의 블러핑이 잘 들어가 주는 덕에 오늘도 내일도 나는 하고 싶은 것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듯하다. 워낙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다양하기에 생소한 분야에도 아무 정보나 준비 없이 몸을 던지는 일이 종종 있다. 당연히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걸 인지하고 들어서고 있다. 

실패를 피하려는 삶을 사려고 노력한다면 새로운 경험과 성장에 대한 기회를 차단시키는 꼴이 됩니다. ... 직접 뛰어들어 시도해 보고 실수하면서 그 일을 즐겨보는 것입니다.                 
                                                                                                       -《빠르게 실패하기》

    나는 이번 홀덤 게임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홀덤 게임을 즐길 여력이 된다. 그리고 내 앞에는 아직 셀 수도 없이 수많은 홀덤 게임이 남아있다. 잃을 것만 생각해 우리 앞에 놓인 작은 홀덤 게임들을 참여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해 나중에 큰 홀덤 게임이라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경험이 없어서, 능력이 없어서, 두려워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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