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뒷심이 굉장히 약하다. 누구보다 추진력이 강하지만, 누구보다 싫증이 쉽게 나고 변덕이 심하다. 그렇게 쉽게 취미를 시작하고 쉽게 집구석에 소품들을 던져놓거나 당근 마켓을 애용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중에 오랫동안 비슷한 흥미 정도로 살아남은 취미를 하나만 뽑자면 '먹스타그램'인 것 같다.
마술도 보드게임도 취미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지만 어려운 보드게임이나 마술 기술을 만나면 쉽게 싫증이 나서 그냥 1~3달 동안 던져놓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먹스타그램은 일병 첫 휴가 때부터 말년까지 1년 넘게 한 번도 빠짐없이 2~3일 주기로 피드를 업로드하는 중이다. 주기가 너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군복무 중에 주기적으로 피드를 업로드하려면 2~3일이 주기가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먹스타그램을 하기 전까지는 사진을 거의 안 찍고 다녔다. 당연히 사진에 대해서 배운 적도 없었고, 디저트나 커피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었다. 인스타그램의 시스템이나 먹스타끼리의 문화도 당연히 잘 몰랐다. 하지만 결국 꾸준히 오래 한다면 내가 의식하거나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경험치가 능력이 되어 성장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진도 점점 잘 찍는다는 주위의 칭찬에 내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곤 한다. 또 디저트나 커피도 자주 먹다 보니 점점 맛에 대해 예민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기도 한다. 먹스타그램의 교류 문화나 인스타그램의 시스템과 트렌드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알게 되는 중이다. 점점 전문적으로 먹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되면서도 나의 흥미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물론 내가 무조건 가고 싶은 카페만, 그리고 요즘 뜨는 릴스보다는 내가 선호하는 사진 위주의 피드(게시물)만 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주기적으로 오랫동안 한 취미를 이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튼 먹스타그램을 내가 왜 좋아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었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분석을 해봤다. 첫 번째로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 커피를 먹는데서 오는 행복함이 있었다는 추측. 그리고 사진을 찍었을 때 주위에서 나오는 좋은 반응이 나의 성취감을 높이기에 좋아한다는 추측. 이렇게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 커핑(커피의 향과 맛의 특성을 평가하는 기술) 수업과 사진 수업을 수강해보려고 한다. 나는 그저 기록용으로 시작한 먹스타그램이었지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