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극

감정을 숨기고 미소를 지어야 했던 날들

by 한승표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내가 서러울 만큼 미워졌다.


소리를 버럭 지르며 불합리한 요구를 쏟아내던 손님을 뒤로하고, 새 손님을 맞이했다.

방금 전의 분노와 우울함을 억누르며 나는 톤을 높여 상냥하게 인사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지금,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캐스트'라고 부른다.

놀이공원이 무대이고 직원들이 무대 위 배우라는 와닿지도 않던 말장난이 잊혀지고 있었을 무렵,

그 말이 이렇게 슬프고 초라하게 나에게 와닿게 될지는 몰랐다.


나는 무대 위 배우였다.

나의 감정 따위는 연출의 일부가 아니었다. 손님에게는 오직 ‘즐거운 공연’만 보여야 했다.


수액을 맞고 출근할 만큼 지쳐 있어도, 억울한 말을 듣고 속이 부글거려도

나의 감정을 들키면 안 됐다.

손님이 불편해하는 순간, 그 공연을 망가진다.

내가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공연은 이어져야 했다.


놀러 온 손님이 나로 인해 불편해지는 순간, 그들의 설렘이 깨질까 두려웠다.

나도 어릴 적엔 늘 이곳이 마법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더, 누군가의 설렘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서로서로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면 내가 '을'이 될 수밖에.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애썼다.

'내가 어떻게 해야지 기분이 덜 나쁘고 눈치도 덜 보게 될까?'

'어 근데 내가 이 손님의 성격이라면 먼저 말을 못 걸거 같은데? 내가 먼저 제안해봐야하나?'

'아 이미 두 번 말했는데 또 말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하 근데 이거 말 안하면 안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손님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걸 안다.

때로는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기대를 채워드리지 못할 때도 있다.

완벽한 공연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더 나은 장면을 꿈꾼다.


프로 배우들은 작품 속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나는 아직 그만큼 단단하지 못하다.


그래도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