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마감

누군가의 끝을 망치지 않기 위해

by 한승표

손님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나에게 있어,

놀이공원에서 손님의 만족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는 딜레마 같은 순간이 있다.

그것도 매일같이 겪게 되는,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순간.


대기마감.

대기하시던 손님 이후로 더 이상 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기 마감 직전 마지막에 서 계셨던 손님이 그날 마지막 운행으로 놀이기구 탑승을 하고 마감할 수 있도록 줄을 끊는 것이다.


자유이용권을 구매하신 손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나 역시 대기마감한 놀이기구 앞에서

"탑승 안 되나요?"하고 물어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었던 만큼,

그런 손님 한 분 한 분이 더욱 안타까워질 수밖에 없다.


대기마감을 받아들이는 반응은 참 다양하다.

순순히 수긍하시는 손님,

부산, 제주도, 미국 등 멀리서 왔으니 한 번만 태워달라고 하시는 손님,

영업 마감 시간이 아닌데 왜 마감하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논리적(?)으로 항의하던 손님 등.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사연을 들어드리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죄송하지만,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이 가장 무기력하고, 단호하고, 냉정해져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손님의 사정을 다 알 수 없기에,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말을 해야 하기에

늘 마음 한켠이 저릿하다.


어떻게 하면 이 'NO'라는 말을

그들의 추억에 흠집을 내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까.


쌓여가는 근무 경험만큼, 신입일 때 급박했던 대기마감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그 익숙함 속에서도 이 고민만큼은 여전히 낯설다.


오늘도 대기마감의 순간,

그 줄 끝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어떻게 '끝'을 말하는 일이,

누군가의 '끝'을 망치지 않을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