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할 수 있는 말

어린시절 놀이공원에서 들었던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by 한승표

VOG를 작성하는 과정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귀찮고 번거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즈음,

VOG는 불만 뿐만 아니라 칭찬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불편함이나 분노는 번거로움을 이겨내게 만든다.

하지만 잠깐의 기분 좋음은 그 번거로움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받았던 칭찬 VOG는 하나하나가 더욱 귀하다.


사실 내용은 대부분 소박하다.

잘 웃어주었다는 것, 길을 안내해주었다는 것,

바쁜 와중에도 인사를 받아주었다는 것.

4시 10분 정도에 파라오의 분노에 계셨던 안경 쓰신 남자 직원 분을 칭찬합니다. 입장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인사를 드렸는데 정말 해맑게 받아주셨습니다. 덕분에 긴 대기시간의 힘듦이 모두 떠나갈 정도로 기분이 순간 좋아졌던 순간이었습니다.

- 내가 2025년 1월에 받았던 칭찬 VOG 중 하나


별것 아닌 인사 하나가, 누군가에겐 기다림의 피로를 지워주는 순간이 된다는 사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니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다만 잊고 있었을 뿐.


맞다.

이 놀이공원에서 한 번쯤은 일해보고 싶다!

그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번지드롭 앞에 섰던 날이 떠올랐다.

탑승 순서가 다가오자 동생은 겁에 질려 울어버렸고,

나는 민폐가 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 한 캐스트가 다가와 말했다.

"출구에서 오빠 타는 거 보고, 안 무서워하면 타는 거 어때요?

같이 오빠가 무서워하는지 봐요. 재밌겠다."


그 말 한마디에 동생은 울음을 멈췄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어렵지 않은 말과 행동과 대처라고 어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서비스업을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때가 생각났고, 그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노력 중이다. 그런 사람이 되길.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에 남을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특별하지 않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따뜻한 행동 하나하나의 가치를 알아주었던

칭찬 VOG를 적어주신 손님 분들 덕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잊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