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더 해도 되지 않을까
놀이공원을 퇴사한 지 네 달이 지났다.
스물넷의 나는, 마음이 조급했다.
바리스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하지만 대학과 회사, 군대를 거치며 돌아보니
이렇다 할 경력도 없는 채로 벌써 스물넷이었다.
성인이 된 지 4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시간이 나를 점점 쫓아오고 있다는 불안으로 다가왔다.
결국 그 조급함을 견디지 못해 놀이공원을 떠났다.
퇴사 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갔다.
상황이 잘 맞아, 성장세가 뚜렷한 브랜드의 카페에 입사했고,
그 브랜드의 메뉴 개발 대회에서 1등을 해
내가 만든 음료는 지금도 전 지점에서 팔리고 있다.
모든 게 나쁘지 않게 풀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무언가를 두고 온 듯한 기분이었다.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늘 긴장 속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자신감은 조금씩 닳아가고 있었지만, 그걸 알지 못했다.
커피의 맛과 향을 구별해 원두의 원산지를 맞추는 커핑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난 늦었으니까. 놀이공원에서 반년이나 시간을 썼으니까.
점점 향이 아니라 불안이 먼저 맡아졌고,
연습이 거듭될수록 스스로를 의심했다.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짜증 날 정도였다.
포기와 좌절이 습관이 된 것 같았다.
최근 들어 나약해진 내 자신이 인지될수록
밤에 잠들기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피곤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놀이공원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며 일용직으로 나올 수 있냐는 메시지가 왔다.
주 5일 바리스타, 휴무 2일을 놀이공원 근무에 쓰다니.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그건 분명 미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미칠 것 같았다.
놀이공원에서 일하면,
무너진 나의 자존감이 조금은 회복될까 싶었다.
4개월 만에 다시 선 놀이공원이라는 무대.
손의 쥔 큐봉의 무게가 낯설지 않았던 만큼,
마치 어제도 출근했던 사람처럼 익숙했고, 편안했다.
그날도 불평하는 손님도 있었고,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재미를 느꼈던 게 얼마만일까.
퇴사 직전 조급함에서 비롯된 고민과 피로에 지쳐,
열정적으로 응대하지 못했던 손님분들이 떠올랐다.
내가 두고 온 게 바로 이 감정이었을까.
물론, 지금이니까 즐겁겠지.
어쩌다 한 번, 추억처럼 하는 일이니까.
다시 주 5일의 근무로 돌아가게 된다면 또 지칠지 몰라.
하지만 이번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나로,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더 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