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은 하루에도 수없이 발매되고 이제는 음원을 소비하는 형태로 변하면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 또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취향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새로 나오는 곡들은 듣고 있으면 좋지만 그 곡들을 내가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와는 다르게 예전에 무심코 들었지만 잠시 잊혔다가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치는 음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음악들은 하나 둘 쌓여 마치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듯이 내가 항상 주기적으로 꾸준히 찾게 되는 음악들이 되어버렸다. 발매가 된지는 시간이 조금 흘렀고, 이미 한때 많이 사랑받았던 곡들, 알 사람은 이미 다 아는 그런 노래들이다. 음원의 홍수 속에서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곡들에 대한 단상을 적다가 글이 길어졌다. 글보다는 노래를 더 주위 깊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나에게만 너를 말해주기를 - Dear Cloud
https://www.youtube.com/watch?v=cZR2-m5UpzQ
요즘에 나오는 신곡들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초반 부에 힘을 넣는다(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래가 다 끝날 때 즈음에는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그런 음원들은 구매하는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겉만 화려한 효용성 없는 제품과 같은 취급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반대로 이 곡뿐만 아니라 다음 곡들도 대부분 잔잔하게 시작해서 끝에 화려 해지는 그런 구성이다. 6분 남짓 되는 곡이지만 그 시간이 꽉 차있고 다 들으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노래라 할 수 있다. 노래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가 애써 슬프게 부르려 하지 않고 후렴부에서도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 오히려 클라이맥스에서는 말하듯 부르는 게 좋다. 좋은 가사는 말할 것도 없고.
후반부에 나오는 기타 리프는 약간 과한 듯싶어지다가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며 천천히 fade out 되는 구성이 음악이 다 끝날 때까지 노래에 더 심취해서 다 듣고 나서도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 Go - Brown Eyed Soul
https://www.youtube.com/watch?v=eQItoZJxgcM
브라운 아이드 소울 팬으로서, 수많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 명곡들 중에서도 유독 더 반한 곡. 다른 곡들에 빠져 무한 반복하더라도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되면 어느샌가 이 곡의 분위기에 다시 빠져 이 곡이 최고다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곡이다. 후렴 부분의 가사도 좋고 후렴 바로 직전의 정엽이 부른 파트가 특히 마음에 든다. 브아솔 곡들은 주로 나얼의 목소리가 큰 탓이기도 하고 그의 애드리브가 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데(좋은 가사와 함께) 이 노래는 전반적으로 유독 곡의 분위기가 좋아 더 심취하게 되어 듣는다.
위 동영상은 음질이 좋지 않은 것처럼 들리지만 그래서일까 더 아날로그적이게 영상과 함께 잘 어울린다.
3. Good Night - Nell
https://www.youtube.com/watch?v=TFkMhNxjPNk
가수의 음악을 라이브로 꼭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 라이브는 딱 한 번밖에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음원보다 더 잘하든 못하든 실수를 하고 녹음 상태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그 곡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이브 하나하나가 유니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위 영상은 그런 유니크한 라이브 중 하나다(개인적으로는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음원이 훨씬 좋긴 하다..). Good night의 라이브는 보통 일렉기타가 음원보다 더 선명하게 들려서 좋다.
이곡은 자의 가장 넬스러운(?) 곡, 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다. 대부분 밴드가 그렇지만 밴드 사운드로 많은 시도 끝에 이런저런 사운드를 만들고 나면 밴드는 신디 혹은 건반악기를 노래에 더 집어넣고 EDM사운드도 첨가하기 시작한다. 그런 시도를 절대 반해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밴드 구성만의 음악을 더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가끔 좋아하는 밴드의 앨범에 밴드 사운드로 구성된 곡들이 없을 땐 살짝 아쉽다.
인트로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노래가 전반적으로 좋고 끝부분의 기타 리프는 특히 더 인상적이다. 피날레로 음악을 더 화려하게 장식하려 하지 않고 끝까지 이 노래에 어울리게 마무리한다.
4. Everything's not lost - Coldplay
https://www.youtube.com/watch?v=0IywjWWlxF8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 데뷔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렌드를 이끄는 밴드. 그들이 수많은 명곡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멜로디와 반주는 <Parachutes> 앨범에 들어있는 이 곡이다.
제목에서처럼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그런 내용의 가사다. 현실적이고 노골적으로 쓰인 게 coldplay의 다른 곡들, 예를 들면 <fix you>, 와는 다르게 좀 더 날것의 느낌이 든다(후반부에서는 "아싸 아직 안 망했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결정적으로 이 노래의 후반부의 구성이 좋다. 피아노와 목소리로 시작해 세션 합주 다음에 기타 리프가 하나 더 추가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계속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는 이 노래의 주제(?)와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듯하다. 보통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베이스도 이곡에서는 훌륭한 리프와 사운드로 듣기가 더욱 즐겁다. 이 음악의 끝에 다른 곡이 추가되어 있지만 앞에 곡만 좋아하기에 패스.
5.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 브로콜리 너마저
https://www.youtube.com/watch?v=1q_TjqPpa3w
이 글을 쓰게 마음먹게 한 곡. 위 영상의 라이브에서 들려주는 이 밴드의 내공은 엄청나다. 꽉 찬 사운드와 세션들의 조화가 너무나도 좋은 곡이다. 보통은 가사나 멜로디에 더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곡은(물론 위곡들도 그렇지만) 각 세션들의 소리에도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메인 보컬은 일부러 기교를 화려하게 넣거나 하지 않고 담담하게 부르는 것도 좋다. 목소리에 많은 힘을 실지 않고 목소리도 밴드 세션의 하나로서 활용하는 듯이 말이다. 절대 보컬의 노래실력으로만 연명하는 밴드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밴드로써 밴드의 가치를 아는 듯한 구성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밴드. 이런 밴드가 계속 오래갈 수 있었으면 또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들을 자주 듣지는 않지만 유독 이 곡만은 끊임없이 듣고 뜬금없이 가끔 떠오른다.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찾는 건 생각보다 우습고 어색한 과정이었다. 진짜 좋은 곡일수록 글이 짧아지고 '좋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이 곡들에 대해서 더 애착이 가게 되고 나의 취향이 선명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