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plash Oct 09. 2021

내 시간을 품어준 시계

시간을 손에 쥐고 산다는 것

오토매틱 시계를 찬다는 건 마치 시간을 쥐고 있는 거 같고 또 시간을 내가 직접 움직이게 만드는 거 같다. 시간은 나같이 게으른 인간을 기다려 줄리 없지만, 내가 차고 다녀야만 돌아가는 이 오토매틱 시계를 차고 있자니 마치 내가 시간을 움직이게 하는 주체가 되어 마치 내 시간을 잘 관리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손목시계를 오래 차지 않다가 차게 되면 그 손목에 있는 조금 묵직한 감각이 무형의 그것에 무게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시계는 분명 처음에는 이 세상 돌아가는 시간과 같이 스타트를 끊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뒤처질 때가 있고 너무 앞서 갈 때가 있다. 덕분에 나는 아인슈타인도 하지 못한 시간여행을 몇 초간 하게 되는 능력이 생겼다(다행히(?) 시간여행을 몇 분간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랬다간 세상이 큰 재앙(?)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능력이 가르쳐주는 건 우리는 정해진 정확한 시간과 타이밍이 아니라 어쩌면 그 이전과 앞으로의 시간을 다 포개고 있는 공간을 품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어디나 예외는 있다는 말처럼, 항상 오차범위가 존재한다고 여론이 동의하듯, 내 시공간에 오차범위를 인정해주고 품기로 했다. 오차범위로 벗어나면 다시 바로 잡으면 된다. 바로 잡는 그 시간도 그 이전과 항상 같은 시공간일 것이다. 고로 우리에게는 항상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저 그걸 품으려 하길 바란다.


아날로그시계를 차며 또 느낀 건 내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전자시계에 많이 익숙해져 있어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 인지할 뿐 진짜 시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 기억이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다. 요즘 집이나 다른 장소에 있는 원형시계들도 초침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 시계를 사고 초침이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해 계속 쳐다볼 때도 있었고 귀에 가져다 대고 계속 초침 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가는 걸 지켜보는 건 꽤 서늘한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작은 기계가 밥만 잘 주면 쉬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 독서실에 엉덩이 띄지 않고 공부만 하고 심지어 잘하는 그런 친구를 힐끗하면 보이는 거리에 두고 사는 느낌이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차고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살자는 주문이 초반부터 아직까지는 잘 먹히고 있다. 이 아이템이 주는 또 하나의 능력 되겠다.


내가   시계는 아마 오토매틱 시계 중에서 가장  축에 속할 것이다. 오토매틱 시계를 사는  나의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이기에 비싼 시계는 계획에 없었다. '오토매틱' 시계면 족했다. 요즘에는 굳이 필요 없는 오토매틱 시계는 이제는 부의 상징 혹은 패션 아이템으로만 치부되고 있지만,  손목시계는 나의 원래 목적보다  크게 다가왔다. 어쩌면 내가 나이를 먹으며 시간에 대한 생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가지 확실한  과거의 물건, 아날로그 물건이 가져다주는 '시선' 그것의 '감성'  이상이다. 시계는 같은 공간을 계속 돌며 앞으로의 간을 보여주고 이미 지나간 '과거'같은 것들에 아쉬움들도 동그랗게 그려준다. 우리가 품어야  시공간은 앞으로  이전의 시간 둘다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평범하다는 루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