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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Sep 26. 2020

이탈리아에선 요리하지 마세요

재료가 훌륭하면,

딱히 요리를 하지 않아도 결과물은 훌륭하다.


한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구워도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맛있고,

장인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담은 최상급 고추장은 그냥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면 엄지척! 이잖은가.


자연에 맡겨둔 식재료를 제철에 수확해 먹으면 이런 저런 소스가 필요없고,

이 재료들에 사람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서 만들어 낸 음식 또한 최상급이다.


약 이년 전 이탈리아 북부에서 여행 중 처음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던, 15년 이상 숙성 발사믹 식초와 2년 숙성 파마산 치즈.

아니 이걸 왜 이제 알았나, 지난 세월이 너무 아까웠더랬다.


15년 이상 묵힌 발사믹 식초는 보통 샐러드 드레싱으로 사용할 때 쓰는 물 같은 점성의 식초와는 차원이 다르다.

점성은 시럽 같고, 맛은 뭐라 설명하기 쉽지 않은 오묘한 맛이 난다. 식초의 시큼함은 적고 달짝지근함이 더해진 깊은 맛이라 해야할까.


오래 묵혔으니 가격도 상당한데, 그래서 이 식초는 샐러드 드레싱용으로 마구 쓰면 안된다.

그냥 티스푼에 따라 맛보거나,

파마산 치즈 블럭에 한 방울 뿌려 먹거나,

청포도나 딸기 등 과일에 한 방울씩 뿌리거나,

치아바타 빵을 찍어 먹거나,

혹은 스테이크 위에 몇 방울 뿌리면,

위 모든 음식들의 맛이 최상급이 된다.


이탈리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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