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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Oct 08. 2020

술 맛

나는 내 입에 맛있는 것만 먹는다.


내 귀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가능하다면 매 순간 가장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소주는 마시지 않는다.

그냥 에탄올 맛이다.


맥주도 물 같은 라거는 싫다.

에일이 훨씬 맛깔스럽다.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술들 중에서 고른다면 단연 막걸리다.

맛이 있으니까.


다른 나라 술 중에서는 와인이다.

보드카는 도수 높은 소주 같고.

럼이나 테킬라는 나름 맛은 있으나, 다른 걸 섞지 않으면 독한 알코올이 그 맛조차 덮어 버려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도 대개는 별로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 맥주는 그냥 맹맛에 배만 부르고 화장실에 자주 가게 만드는 몹쓸 술이었는데, 수제 맥주를 맛본 후 맥주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내가 수제 맥주를 처음 만난 건 약 십 년 전 미국 여행 중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여행 중 술을 파는 상점에서 뭐가 있나 둘러보는데,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브랜드의 캔맥주들이 있는 게 아닌가.

그중에서 Lagunitas의 Cappuccino Stout라는 맥주를 보고 눈이 띠용~~~!!!

진짜 맥주에서 커피 맛이 나려나 싶어 냉큼 구매했다.

맛을 보고 난 후, 이 맥주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내가 최고로 꼽는 맥주다.

어디 가든 커피 맛 나는 스타우트가 눈에 보일 때마다 무조건 마셔보는데, 아직까지 십 년 전 그 맥주보다 맛있는 건 없었다.


이 첫 만남을 시작으로 내가 마시는 술 목록에 크래프트 맥주가 더해졌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훌륭한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는 미국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있는 영국도 만만치 않다.

덕분에 큰 슈퍼에 갈 때마다 맥주 코너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뭘 사서 쟁여놓을까. 하며.


오늘 마신 건 블루베리 와플 맛이 나는 스타우트.

아침식사로 먹는 음식 맛이 나니 이름이 아침식사다.

카푸치노 스타우트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맛깔스러운 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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