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나는 본능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먹고 싶은 것을 제 때 먹어야 하고, 자고 싶은 만큼 충분히 자야 했다. 몸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졌고, 이는 내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었으며, 따라서 나와 주변인들의 행복을 위해 내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는 버터와 설탕이 잔뜩 들어간 디저트류는 즐기지 않는데, 이는 내 몸이 이 성분들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간 지방 함량과 당분 함량이 적은 건강식만 만들어 먹다 보면 크루아상 같은 패스트리류의 냄새가 내 몸을 자극해 먹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럴 때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의 기분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몸이 격하게 원하는 걸 공급해줘야 하는 상황이니, 어쩌면 뇌 속에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알람 없이 자다 눈이 떠졌을 때 일어나, 내 몸이 먹으라고 요구하는 것들로 아침을 먹고, 브런치 카페에 앉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해변을 바라보며, 메뉴 중 가장 눈에 드는 나초를 곁들여 스타우트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