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와서 먹을 게 다 떨어지거나 큰일이 생기면 우리 집을 도와주는 잘 사는 친척네가 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 쪽 친지라는데, 매년 시아버지 기일이 되면 그 댁에서 사람을 보냈다.
올해 시아버지 기일에도 그 댁에서 사람이 왔는데, 이번에 올 때는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고철덩어리를 가져왔다. 라디오란다.
미제라는데,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면 이 고철덩어리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서울 어드메에서 사람이 얘기하는 걸 여기서 듣고 있는 거란다.
쉴찬히 신기한 물건이다. 이 작은 고철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틀어준다.
이 라디오는 시어머니 이부자리 머리맡에 자리를 잡았고, 중요한 소식이 나올 때는 온 식구가 사랑채에 모여 앉아 라디오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