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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Oct 15. 2020

사랑채


전쟁 통에 논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일손이 없는 소작농들은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게 되었다.
우리 집도 온 가족이 배불리 먹을 만큼 쌀이 남아도는 건 아니었으나, 우리 집 일손을 거들던 일꾼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다며 시어머니가 일꾼들에게 하루 한 끼 밥을 주었다.
공으로 밥을 얻어먹을 수 없던 일꾼들은 뭐라도 해야겠다며 우리 집 안마당에 사랑채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가 벌써 아홉이고 점점 늘어나는 식구 수를 보니 방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다 지어놓고 보니 쉴찬히 좋은 생각이었다.
 
사랑채에는 방 하나와 마루, 아궁이, 벽장까지 있어서 집이 한 채 더 생긴 것 같다.
이 사랑채에서는 시어머니가 주무시기로 했다. 애지중지하시는 장손과 함께.
안방에서는 나와 서방이 갓난쟁이 둘째 아들을 데리고 자고, 건넌방은 딸 넷이 함께 쓴다.
 
집이 넓어져서 좋긴 하지만, 나는 사랑채를 보면 전쟁이 떠올라서 그쪽으로는 발걸음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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