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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Oct 15. 2020

큰 아들


큰 아들은 날 때부터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았다.
장손이라고 시어머니가 없는 형편에서도 좋은 것만 챙겨 먹이고 제일 많이 먹이는데도 늘 비쩍 말랐다.

테레비를 들여놓은 해 여름, 고등학교를 다니던 큰 애가 여름방학 동안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돈도 한 푼 없이 걸어서 다녀오겠단다.
아니, 저렇게 마르고 힘도 없어서 농사일도 안 시키는데, 온 나라를 걸어서 돌고 온다니.
그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나는 걱정이 태산인데, 서방은 좋은 생각이라고 치켜세운다. 큰 애가 하는 건 다 좋단다.
 
한 달 후 돌아온 큰 애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얼굴이 까무잡잡해지고, 몸도 건강해 보였다. 눈에는 전에 없던 생기가 돌았다.


지 할머니 치마폭에서 못 벗어난 애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다 큰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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