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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Oct 16. 2020

애증의 밀크티


Coffee or Tea?

영어권 나라에서 누군가의 집에 방문하면 으레 받는 질문이다.

특히 영국 사람들은 홍차에 우유를 넣은 밀크티를 매우 즐겨 마시며, 밀크티를 어떻게 만들어야 가장 맛있는지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차를 먼저 우리고 우유를 넣는지, 우유 먼저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지 등등.


라면을 끓일 때 면 먼저 넣느냐 스프 먼저 넣느냐, 혹은 부먹이냐 찍먹이냐 가지고 싸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는 커피와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었는데, 내 커피를 가지러 가면서 영국인 동료들에게 차를 만들어다준 적이 있다.

밀크티의 맛도 모르는 내가 레시피만 듣고 자신 있게 만들어 주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도 레시피 보고 그대로 만들면 늘 맛있게 나오는데, 밀크티쯤이야.


그러나...

내가 만든 밀크티를 맛 본 동료들에게서,

“우웩! 이게 뭐야? ##!@^*!!!!”

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런 맛이 나니...”

“네가 만든 음식은 전부 맛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

“노력은 가상한데, 이제부터 티는 그냥 영국 애들한테 맡겨둬...”


헐... —.,—


그 후 내가 누군가에게 밀크티를 만들어 대접하는 일은 없었으며, 원하는 사람에겐 홍차와 우유와 설탕과 뜨거운 물을 주었다.


밀크티는,

요리든 음료든 먹거리 만드는 데엔 모두 자신 있던 내 하늘 높은 콧대를 보기 좋게 부러뜨린 먹거리다.


어쩌다 홍차를 마실 때면,

밀크티 생각이 나 한없이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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