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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Jan 23. 2021

블러드 오렌지

이걸 처음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여행 중이었으니, 2012년 초, 딱 9년 전 이맘때였을 것이다.


이름처럼 피로 물든 것 같은 과육에 놀라고,

한 겨울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자른 빨간 단면이 새파란 하늘 배경과 너무 잘 어울려,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어버린 과일이다.


오렌지 속이 어떻게 이럴까 싶어 유전자변형으로 만들었나 의심했었는데, 찾아보니 인공 교배조차 하지 않은 자연품종이란다.


블러드 오렌지는 일반 오렌지들에 비해 덜 시고 부드러우며 과즙이 풍부하다.

일반 오렌지는 잘못 고를 경우 과즙이 거의 없거나 단맛 신맛도 전혀 없는 것들이 있는데, 블러드 오렌지는 언제 어디에서 사도 언제나 과즙이 풍부하다.

또한 오렌지 껍질보다 말랑해 오렌지처럼 칼자국을 내서 껍질을 벗겨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하자면, 여러모로 제주에서 난 레드향과 비슷하달까?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감귤류는 단맛보다 신맛을 더 즐기기 때문에 맛으로만 본다면 오렌지를 선호한다.


오렌지처럼 시지만 껍질은 귤처럼 말랑하며 과즙이 풍부한 품종 어디 없을까?


욕심이 끝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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