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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Jan 26. 2021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며칠 전부터 김치찜이 아주 간절했다.


기온 영상 5-10도에, 일주일에 여섯 번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곳에 살면 매일 매일 김치찜이 생각난다.


그런데 내 집엔 김치찜을 할만한 김치가 없다.

김치를 만들 때 포기김치를 하지 않은지 오래다.

절이는 과정이 귀찮고 오래 걸려서 패스하고,

재료를 다 썰어 다같이 버무린 후 진공 유리병에 담아 발효를 시킨다.

이런 걸 맛김치라고 하던가?


요즘엔 그마저도 안 한다.

세상 간단한 겉절이에 맛을 들이는 바람에,

배추 한 포기와 파 두 단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금새 다 먹는다.


배추와 파 모두 이곳 현지 마트에서 파는데,

배추는 한국 배추 크기의 삼분의 일도 안 되는 애기 배추 사이즈다.

파는 대파와 쪽파 중간 쯤 되는 크기다.

이 작은 배추 한 포기로 겉절이를 만들면, 매일 한 끼에만 먹어도 두 주면 바닥이 난다.


그래도 김치찜은 먹어야겠는데,

한인마트에 가서 비싼 포기김치를 사다 김치찜을 해 먹자니, 내가 직접 김치를 만들 때의 원가가 눈에 아른거려서 도저히 못 사겠다.


그래서,

김치 없이 김치찜을 만들기로 했다.


배추를 사다 세로로 가르고,

파도 크게 대충 썰고,

김치를 만들 때 넣는 모든 재료를 다 섞어 냄비에 넣고 푹 끓였다.

아, 물론 삼겹살도 함께.

진짜 김치를 가지고 김치찜을 만들 때처럼 쌀뜨물과 된장 조금, 설탕도 더해줬다.

배추와 고기가 흐물거릴 때까지 끓여주고,

마지막에 식초를 넣어줬다.


나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묵은지로 만든 김치찜 맛이 난다.

대박이다.


이제 김치가 없어도 김치찜을 해먹을 수 있다.

움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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