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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Feb 08. 2021

떡갈비 짜파구리


나의 냉동실 비우기 프로젝트는 언제쯤 끝나려는지.


크지도 않은 서랍 세 칸짜리 냉동실에 뭐가 참 많이도 들어있다.


그 중, 어쩌다 한인마트에 갈 때마다 눈이 뒤집혀서 사재기해 꾸역꾸역 쟁여놓은 냉동식품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만두며 호떡, 호빵, 떡갈비까지.

어쩌다 엄청 땡길 때를 대비해 사서 넣어 두었는데, 며칠 날 잡아 냉동실을 비우려다 보니, 지금 딱히 땡기지도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먹는 기분이다.


만들어져 나오는 냉동먹거리가 신선한 재료를 사다가 내가 직접 해먹는 것보다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도 더 즐겁고 맛있게 먹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냉동식품만 줄줄이 매일 먹다가는 십중팔구 탈이 날테니, 오늘까지만 하고 잠시 쉬어 가야겠다.


오늘은 떡갈비를 구웠다.

영화 기생충 버전의 스테이크 짜파구리가 땡겼는데 소고기가 없어 스테이크 대신 떡갈비를 올렸다.

떡갈비에 진한 양념이 되어있다 보니, 그렇잖아도 자극적인 짜파구리가 더 극적으로 자극적인 맛이 되었다.


참 신기한 건,

라면은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거나 상상을 하면 침이 절로 고이는 세상 맛있는 최고의 음식인데, 막상 직접 끓여 먹으면 백이면 백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

뭘 끓여먹든 한 번도 기대만큼 맛있었던 적이 없다.


라면 맛에 대한 내 기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걸까?

아니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어 내가 느끼는 맛까지 영향을 받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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