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런던에는 비가 내렸다.
나는 비가 참 싫다. 눅눅하고, 우울해지고, 우중충하고, 사방이 다 회색빛이라서 싫다. 비가 와도 아름다운 곳이 과연 있을까 싶었는데, 있더라.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2012년 봄, 융프라우요흐에 가기 위해 인터라켄으로 향하던 길. 주륵주륵 내리는 비를 가르며 운전을 하던 중,
비가 내려도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비가 내리는 풍경이 회색이기는 커녕 여전히 푸르고, 회색빛 전봇대와 전선, 회색건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며,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작고 예쁜 집들이 가끔 하나씩 지나가고,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하얀 덩어리들이 푸른 산 중턱에 걸쳐 있는 그런 풍경. 저 멀리 뿌옇게 보이던 높은 산이 가까워지면서 눈이 쌓인 산꼭대기의 풍경과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과 이에 음악처럼 더해지는 빗소리에 가슴이 뛰었다. 이 때만큼은,
비가 싫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