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쯔양 때문에 먹방 보는 재미를 알게 된 후 유튜브의 절친이 되었는데, 이 친구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찰떡같이 알고는 다른 먹방들을 줄줄이 소개해준다.
삼분의 일은 알고 삼분의 이는 모르는 연예인들이 맛나게 밥 먹는 모습들을 열심히 보고 나니, 직접 구독까지 하게 된 방송이 딱 하나 생겼다.
맛있는 녀석들.
이 ‘녀석들’은 먹는 모습으로 침샘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개그로 안면근육 운동까지 시켜주니, 운명처럼 만난 이들과의 관계는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온 세상 모든 음식을 가리는 것 없이 다, 전부 다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음식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축복받은 내장을 가진 그들이 엄청나게 부러워진다.
치즈 쭉쭉 늘어나는 피자 한 조각을 한입에 먹을 때, 붕어빵에 생크림을 쭈욱~~~ 짜 넣어 팥과 함께 먹을 때, 시골 어느 집 마루에서 호박고구마를 먹다 직접 데운 우유에 설탕을 넣어 마실 때, 매운 떡볶이를 먹고 연유와 우유 가득한 빙수로 매운맛을 달랠 때...
저 방송들을 보면서 ‘나도 유제품 맘껏 먹고 싶어 ㅠㅠ’라는 생각을 한 백번쯤 한 것 같다.
너무 먹고플 때는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먹기도 하는데, 이것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응급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을 때, 즉 앞으로 몇 시간 동안 집에 있을 예정일 때만 이런 호기를 부릴 수 있다. 다행히 화장실에 가는 일 외에 어디가 아프거나 알러지 반응이 오지는 않으니 그게 어디냐며 스스로 위로하며 산다.
그런 이유로 그렇게 먹고 싶어도 애처롭게 바라만 보며 군침만 삼켰던 이탈리아 길거리 음식 카놀리를 드디어 먹었다.
집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는 유명한 시칠리아 음식점에서 파스타를 먹고 디저트로 당당하게 카놀리를 주문해 먹었다.
응급상황이 오면 코 앞에 있는 집으로 달려가면 되니까.
카놀리를 못 먹어 서러웠던 건 일 년 반 전 갔던 베네치아 여행에서다.
지도를 보지 않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배회하며 돌아다녔는데, 골목을 꺾을 때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나 좀 먹어줍쇼’하고 침샘 공격을 했던 게 바로 카놀리였다.
셀 수도 없이 다양하고 알록달록한 토핑에,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도 힘든 이 달다구리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심지어 가격도 싸다!
화장실 찾기 힘든 그 골목골목에서 굳이 카놀리를 보지 않으려 애쓰며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던 게 몇 번인지. 사지도 않을 거면서 사진은 뭘 그렇게 또 찍어댔는지.
눈은 카놀리에 두고 다른 걸 사 먹고 나서 이건 굳이 왜 사 먹었나 후회했던 적도 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달다구리는 참 맛없었다.
앞으로 맛있는 녀석들 때문에 유제품이 먹고 싶어 지면, 집 앞 저 식당에서 카놀리를 사다 먹을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