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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Mar 22. 2020

산타와의 조우

나는 크리스마스가 참 좋다.


어릴 적 산타에게 선물을 받던 즐거운 기억 때문인지.

노란 조명으로 온 세상이 반짝거리기 때문인지.

이때만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인지.

아마 위 모든 게 다 이유일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엄마는 11월이 되면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쓰게 했다.

그리고 맞춤법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편지를 읽어보시고는 우리 셋을 우체국에 데리고 가서 편지를 부쳤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날 아침 눈을 뜨면 어김없이 내가 갖고 싶다고 편지에 썼던 선물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선물을 받은 후에는 산타할아버지께 감사편지를 써 보냈다.


언니와 나는 한 방에서 같이 잤는데, 한 번은 언니가 나보다 먼저 눈을 떠 머리맡에 놓인 선물 상자를 보고는 자기 것보다 내 것이 더 커 보여 몰래 바꿔치기를 했단다. 그리고는 나를 깨워서 선물을 풀었다.

선물은 둘 다 마론인형이었는데, 두 인형의 생김새는 달랐다. 풀고 나서 보니 내 인형이 자기 것보다 더 예뻐서 엄청 속이 상했었단다.

그때 언니는 ‘내가 나쁜 짓을 해서 벌 받은 거야’라는 큰 깨달음을 얻고, 그 후 몰래 바꿔치기하는 짓을 저지르거나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남매가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마지막 선물은 스케이트이다.

당시 국경에 가까운 서해안의 섬에 살고 있었는데, 겨울이 되면 커다란 저수지와 논이 모두 꽁꽁 얼어 그 위에서 썰매를 타며 놀았다.

우리가 스케이트라는 것을 어디서 보고 갖고 싶다고 한 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세 남매가 쪼르르 아랫목에 배 깔고 앉아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쓰면서 모두 스케이트를 받고 싶다고 쓰기로 합의를 했다.

그 편지의 맞춤법 검사를 한 엄마는, 이번 선물이 비싼 선물인 데다 우리도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니 내년부터는 선물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쓰라하셨다.

당시 우리 집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는데, 큰 맘먹고 세 자녀에게 스케이트를 사주기로 마음먹었던 우리 엄마는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지다.

우리가 갖고 있던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동심을 깨지 않기 위해, 스케이트를 사다 두고 크리스마스까지 우리 몰래 숨겨두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 후 자라면서 어느 순간부터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날아와 선물을 주고 가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는 믿지 않게 되었지만, 핀란드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산타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일본으로 가기 전 굳이 핀란드에 들러 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게 산타를 만나는 일은 오로라를 보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는 실제로 이곳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클로스 마을로 보내진다고 한다.

산타의 우체국에서는 이 편지들을 액자에 담아 장식해두었다.



몸집이 내 몸의 두 배나 되는 산타할아버지와의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다.

나는 그에게, 어린 시절 받았던 선물들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고, 그는 ‘네가 착한 어린이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또 봐요,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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