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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Mar 28. 2020

인생 스콘을 굽는 방법

작년 말 한국에 잠시 다니러 왔을 때, 친언니와 내 베프와 함께 송도 바닷가 어느 카페에 갔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지 아마.

각자 커피를 두 잔씩 마시고 달다구리도 하나씩 먹으면서 몇 시간 동안 카페에 죽치고 앉아 수다를 떨었었다.

그때의 수다 중 딱히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지만, 그 카페가 기억나는 이유는 바로 이 스콘 때문이다.


언니는 나와 달리 요리에 큰 관심이 없다. 다행히도 요리에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가족들을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거나 요리하는 게 즐겁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식사로 먹는 음식도 아니고 빵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빵 종류는 직접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집에 오븐이 있어도 사용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날, 그 카페에서 스콘을 먹으며 언니가 말하길,

"난 요즘 스콘이 그렇게 맛있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봐. 스콘 만들기 엄청 쉬워. 집에 오븐도 있겠다. 내가 레시피 줄게."


그 날 저녁 언니는 바로 재료를 사다가 스콘을 만들었다.

처음 시도하는 요리의 징크스는 성공. 역시나 언니의 스콘도 대성공이었다.

그러다 재미를 붙였는지, 기본 스콘 레시피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 다양한 스콘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리 가족과 언니의 동료 및 주변인들의 입이 즐거워졌다.

먹어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여느 빵집에서 파는 스콘들보다 훨씬 맛있다고 한다.


언니의 베이킹 경험이라고는 스콘 하나뿐이고, 그 시작은 본인이 즐겨 먹는 것을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언니도 스콘으로 인해 제빵의 즐거움에 눈을 뜬 것 같다.

제빵의 즐거움은 다름 아닌, '내가 만든 빵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제빵뿐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며칠 전 언니는 내가 입국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가 공항으로 스콘 들고 너 데리러 갈게"라고 했다.

내가 공항에서 격리시설로 가느라 도착하는 날 스콘을 맛보게 해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더니, 오늘 스콘을 구워 가지고 왔다.

얼그레이 스콘, 호두&크렌베리 스콘, 초코칩 스콘, 치즈 스콘, 기본 스콘. 무려 다섯 종류나 된다.

들었던 대로, 지금까지 먹어본 스콘 중에 제일 맛있다. 심지어 내가 만든 것보다 더.

사랑을 듬뿍 담아 구워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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