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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Apr 27. 2020

트루먼 쇼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애절하고 급박한 중국 우한 시민들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세 달 전.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의 난리 난 상황을 지켜보다, 한국도 난리가 나서 온 국민이 딱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 두 달 전.


일본으로 이사하던 중 못 들어가고 한국으로 입국한 것이 한 달 전.


입국 후 두 주간은 꼼짝없이 방 안에 갇혀 창밖 풍경만 바라보았고, 그 후 두 주간은 앞선 두 주의 감옥살이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 코로나 청정지역인 서해안 고모댁과 동해 동생네 집에 다녀왔다.

또한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잘 따르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 일본 입국이 언제쯤 되려는지, 내 비자는 어떤 상태인 건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일본 대사관에도 갔었고, 오랫동안 방치한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미용실에도 다녀왔다.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은, 코로나가 오기 전의 서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지하철은 여전히 지옥철이 되고, 식당들도 손님으로 가득하고, 마트며 백화점에도 사람이 많고, 거리에 차도 많고 보행자도 많고, 청계천에서 산책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코로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고, 지하철 승강장에서는 끊임없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청결 유지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오고, 지하철과 건물 내에는 코로나 관련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는 것뿐이다.


내 주변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람도 없다. 친구들에게 물어도 아는 사람 중엔 없단다.


그러다 보니,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코로나 사태가 진짜인 건 맞는 것 같은데, 피부로는 와 닿지 않고, TV에서 나오는 뉴스와 유튜브 동영상으로만 심각성을 접하다 보니, 이건 뭐 그냥 영화 같다.

세계를 뒤집어 놓은 전염병에 대한 영화.

꿈을 꾸고 있는 것도 같다.

뭔가 아주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모두는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감독: 지구별.

출연진: 전 세계인.

주요 출연진: 각국 대통령 및 총리.

조명감독: 태양.

관람객: 우주인.


이 영화의 엔딩은 과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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