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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May 07. 2020

마이너리티

한국에 온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내가 늘 먹던 스타일의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래놀라와 각종 베리류, 너트류 등을 무지방 요거트나 아몬드드링크 혹은 오트드링크에 넣어 먹는데, 이걸 먹으려고 집 근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홈플러스, 크고 작은 슈퍼, 편의점을 다 뒤져봐도 우유를 대신하는 대체음료는 두유뿐이었다.


무지방 요거트가 있나 보려고 요거트 섹션을 찾다가 너무 작아 그냥 지나칠뻔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우유며 치즈며 유제품을 매일같이 먹는다고 들었는데, 만드는 회사가 몇 곳 안 되는 건지, 수요에 비해 공급의 종류와 품질이 뒤떨어지는 듯하다.


누구 말로는, 해외 유학층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 일대 백화점에 가면 다양한 종류가 많이 있을 거라는데, 무지방 요거트와 아몬드드링크 하나 사겠다고 강남 백화점까지 갈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온라인 검색을 했더니 적절한 가격의 국내산 아몬드드링크가 있어 열 팩을 구매했다.

오트드링크도 검색을 해봤는데 우유처럼 나오는 건 없어 보이고, 즐겨먹던 Oatly는 수입을 안 하는지 해외직구란다. 시험 삼아 주문 과정을 거치다 보니, 그렇잖아도 비싼 제품 가격에 더 비싼 해외배송비가 붙는다.

무지방 요거트는 온라인에조차 없다.


이쯤 되니,

한국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먹을 곳이 없다던 친구의 하소연이 이해가 된다.

아무거나 다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몸에 맞는 음식 재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일반 밥집에 가면 내가 못 먹는 뭔가가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스러워 가지 못한다.

뭐가 들어있는지 물어보면 되지 않나 하겠지만,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밥집의 요리사들은 김치도 채식이라 여기기 때문에 물어도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다.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인 Vegan들에겐 젓갈이 들어간 김치도 Vegan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글루텐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먹을 수 없다.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심각한 알러지이므로, 밀가루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다른 제품도 위험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철저하게 글루텐 없이 만드는 Gluten-free 제품들을 만들고 일반 슈퍼마켓에 이들만을 위한 섹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전 국민 수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마이너리티다.

그래서 음식 기업들은 시장성이 없어 그들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마이너리티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 사회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똑같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없는 걸까.


심각한 알러지를 가진 사람.

신체적 결함을 가진 장애인.

성소수자.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


이런 마이너리티들이 대다수의 사람과 똑같은 비용과 노력으로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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