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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아 Aug 27. 2020

코로나와 함께 사는 시대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강타한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하루 생활권이라며 ‘위아더월드’를 외치던 전 세계는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보다 더 분리되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빗장을 걸었고, 내 나라에 살고 있지 않은 외국인은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


올 초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2020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나아지겠거니 전망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는 형태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계는 아마도 여행업계일 것이다.


지난 20년 간 여행은 내 삶의 일부였다.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나, 여행은 나로부터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단어이다. 현직 여행업계에 몸 담고 있는 수많은 지인들의 이야기와 크고 작은 여행 관련 사업체의 몰락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앞으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중 하나 확실한 것은 역시나 ‘여행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항공여행은 미국 9/11 사건 이후 보안이 크게 강화되면서 한 차례 변화했고,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적을 상대로 보안을 강화하느라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상황을 어젯밤 직접 경험했다.


5개월 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일본행이 코로나로 막혀, 법적 거주권이 아직 살아 있는 영국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때문에 탑승까지 시간이 지체될까 염려되어 넉넉하게 3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우선 택배서비스 업체로 가서, 이동하는 동안 바이러스는 물론 각종 세균으로 범벅될 캐리어를 보호하기 위해 캐리어를 랩으로 칭칭 감았다. 부치는 캐리어와 기내용 캐리어 모두.


항공권을 예매한 에티하드 항공 카운터로 가니, 항공사 직원 중 한 명이 마스크를 가져가냐 묻는다. 마스크는 30개만 가져갈 수 있고 세관에서 이를 확인해야 하므로, 부치는 짐이 아닌 기내용 가방에 넣어야 한단다. 나는 마스크 120개를 가져가는 중이고 이마저도 부치는 짐 안에 들어있으니, 돈 주고 감은 랩을 모두 뜯어 마스크를 옮겨 담아야 한다. 우는 소리를 했더니 직원이 말하기를, “해외에 거주하시면 150개까지 가져가실 수 있어요”라고 한다.


다시 택배 업체로 가서 두 캐리어의 랩을 모두 뜯어버리고 마스크를 옮겨 담은 후 부치는 캐리어를 다시 감았다.

체크인을 마친 후 출국장으로 들어서려는데,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는 직원이 마스크를 가져갈 경우 세관에 신고하고 확인 딱지를 붙여와야 한단다. 다시 되돌아 마스크 신고하는 데스크를 찾아갔더니, 나는 30장만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한다. 해외거주자 150개 얘기는 뭐냐 물으니, 이는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자’에 해당한단다. 외국국적자는 최대 30개. 뭐 이런 차별이 있나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나라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국민만 보호하기도 벅차 하며 점점 이기적이 되어가고 있는데, 한국이라고 외국인까지 자국민과 동일하게 대우해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쨌거나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세관 딱지를 받은 후 드디어 가족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출국장에 들어섰다. 짐 검사 및 출국심사를 통과한 후 면세점이 즐비한 게이트 구역으로 들어섰는데, 잠시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혼란에 빠졌다. 수많은 조명으로 늘 휘황찬란했던 구역이 어두컴컴하고, 면세점 입구는 모두 테이프가 둘러져 있다. 늘 북적대던 곳인데 눈에 보이는 사람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텅텅 비었다. 명품점들은 아예 문을 닫아걸었고, 화장품과 기념품 매장에는 입구에 직원이 한 명씩 서 있다가 손님이 정확한 브랜드와 모델명을 가지고 구매의사를 밝히면 물건을 가져와 판매한다. 들어가서 화장품을 테스트해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 건 옛말이 되었다. 결국 사려고 했던 화장품은 사지 못했다. 정확한 모델명을 몰라서.


탑승 게이트에 앉아 시간을 보니, 공항에 도착한 지 거의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짐 포장하고 풀고 다시 싸고 또 포장하고 체크인하고 출국하려다 되돌아와 세관 신고하고 다시 출국하는 과정을 거치기까지 근 두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동안 항공여행을 할 사람들은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공항에 도착하기를 권한다. 또 항공사에서 보낸 이메일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항공사에 전화해 체크인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직접 문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연합을 거쳐 가는 일정이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규정 때문에 코로나 음성 진단서를 제출해야 체크인이 가능했다. 이는 국가마다 다를 것이므로, 본인이 이용할 항공사의 안내 메일을 미리미리 읽어보는 것이 좋다.


본인의 준비 미흡으로 비행기에 타지 못하고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어디 원망할 데도 없을 테니.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대고 실컷 욕을 하면 좀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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