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살았던 집으로 이사할 때면 결벽증 증세가 평소의 다섯 배는 나타나는 것 같다.
남이 쓰던 매트리스를 소독하기 전엔 사용하고 싶지 않아 어젯밤엔 외출복을 입은 채로 소파에 누워 잤다.
주방 구석 구석에도 병균이 득시글거리는 것만 같다.
하얀 스토브와 서랍들에 때가 낀 걸 데체 왜 그대로 두는 걸까? 설거지할 때마다 한 번씩 닦아주면 계속 반짝반짝 새것처럼 쓸 수 있는데.
냉장고도 마찬가지.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저장해두는 냉장고를 왜 더럽게 방치해 두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 일어나자마자 주방 청소에 돌입.
냉장고를 시작으로 스토브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짜장면 생각이 간절하다.
2분 거리 슈퍼에 가서 급한 대로 안심 스테이크와 샐러드, 파마산 치즈, 발사믹 식초, 올리브 오일 등을 사다 스테이크 샐러드를 만들었다.
조리기구도 다 갖춰지지 않은 반만 깨끗한 주방에서 만든 새 집 첫 요리.
접시를 아직 못 사서 양푼에 담아 먹었다. 별 거 없이 간단하지만 맛있는, 바쁠 때 해 먹기 딱 좋은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