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담임을 맡았다

얼타는 나날 진행중

by 월셔

방과 후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반 선생님의 노크소리가 들린다. 군대에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교직을 시작한 신규 선생님이다.

"선생님 제가 궁금한게 있는데 저희 반이..."

일단 경청한다. 아마 혼자서 긴 시간 고민을 하다가 용기내어 다른 학급의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신규 선생님의 눈에는 내가 꽤 전문적으로 학급살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한때 붕괴 직전의 우리 반 교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선배 선생님들이 계신 학급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짜임새있게 하실까' 감탄하곤했다. 막연히 시간이 지나면 나도 잘 할 수 있겠지? 하며 돌아섰지만 실제로 시간이 지나니 왠걸? 아직도 아등바등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로 햇수로 9년차 교사다.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짧지도 않다. 그런데 교사로 살아온 기간 대비 담임교사를 제대로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첫 해에는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중간에 발령을 받았다. 앞서 우리반에 계셨던 선생님께서 출산휴가를 내게 되어 내가 그 자리로 들어갔다. 그때는 그 선생님께서 학급의 시스템과 분위기를 모두 만들어두고 가셔서 유지만 했다. 다음 해에는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교육대학교에서 수업을 짜거나 공부를 했을때는 보통 중학년 이상에 초점을 두었다. 8살 아이들에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상식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이제 좀 알것 같으니 11월이었다.


다음 해 3학년 아이들을 맡게 되었는데 나이스 업무를 처음 맡게 되었다. 나이스는 학생들의 학생부를 기록하고 학교의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인데 입학,전출입,성적,출결,시간표,강사,졸업,중학교입학 등 처리해야 할 일의 종류가 많다. 게다가 당시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30학급이 넘고 전교생이 1000명 가까이 되는 학교였다. 학기 시작일부터 수업 전,중,후를 가리지 않고 계속 전화와 쪽지가 날라왔다. 쉬는시간에 학교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는게 일상이었고 학교에 9시,10시까지(무려 초근도 안...못쓰고)남아있다가 경비 아저씨와 마찰이 있었던 적도 많다. 수업에는 시간을 전혀 쓰지 못했다. 학급은 붕괴 직전이었지만 돌보고 보수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한 해가 갔다.


내가 담임교사를 제대로 한 해가 햇수로 4년째가 될 때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했고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겨울방학 내내 책을 읽고 자료를 만들었다. 과목별 수업에서 학급 운영 등등 촘촘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서툰 부분이 많았다. 욕심을 과하게 부리기도 했고 놓친 부분도 많았다. 학년말, 나름의 평가와 반성을 통해 다음 해를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때가 2019년 겨울이었다. 그렇다. 코로나19가 찾아왔다. 2020년 3월, 모든 준비를 했는데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왔다갔다하며 한 해가 지나갔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전담교사를 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3년전에 개교를 했다. 개교를 하면서 관리자와 전담 선생님들이 학교의 모든 행정업무를 맡아 담임 선생님들께서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교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시스템(교무 업무 정상화)을 운영하고자 했다. 어쩌다 보니 3년동안 우리 반 아이가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한 학교에 4년간 근무할 수 있는데 그래도 마지막 해에는 담임교사를 맡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올해, 담임교사로 온전히 보내는 두 번째 해가 5년만에 돌아왔다.


교무실에 있는 3년간 그래도 나름 내 지난 담임으로의 시간을 복기했다고 생각했다.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경력직 신규(?)의 마음으로 2월부터 초근을 쓰면서 덤볐다. 그런데 참 까먹어도 이렇게나 까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고 구멍 투성이었다. 첫 발령을 받을때의 신규처럼 하루하루 분투하며 아이들과 지내는 중이다. 과연 올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신규 선생님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아마 나에게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도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나도 중견이 되어가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뒤통수를 긁적이며 우리 반의 일거리는 일단 제쳐두고 신규 선생님네 교실로 향한다. "네 선생님 일단 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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