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손이 탈 것 같이 뜨거워요
요즘은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 대신 유튜브 영상을 틀어두고 출퇴근을 한다. 건강, 운동, 경제, 역사, 교양과학, 상식 등 잡다한 분야를 듣는다. 언젠가 초등교사는 손톱만큼 얕고 운동장처럼 넓은 지식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내 알고리즘이 딱 그 모양이다. 며칠 전 출근중 건강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틀어두고 운전을 하다 '컴포트 존'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단어 자체가 의미를 어느정도는 나타내서 얼추 무슨 말인지는 알듯했다. 흥미가 생겨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수업 후에 검색창을 켰다. 인터넷 상에서 언급이 많이 되는 단어였다.
정확한 정의를 찾지는 못했지만 페이지를 타고 넘으며 이해한 컴포트 존(comfort zone)의 뜻은 이렇다.
'내가 편안함, 익숙함을 느끼고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범위'
우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여러 행동을 한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식기를 이용해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신발끈을 묶고 문을 여닫는다.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내가 할 일의 순서를 계획하여 하나씩 지워나간다. 컴포트 존 안에 들어와있는 기능들은 특별한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컴포트 존 밖에 있는 기능을 수행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면허를 막 딴 사람이 도로주행과 주차를 능숙하게 하거나 뜨개질바늘을 처음 잡은 사람이 목도리를 뜰 수는 없다.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별로 기능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의 시간은 어렵다. 존 밖으로 한 걸음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을 머릿속으로만 그려서는 운전이 늘지 않는다. 결국 도로로 나가봐야 한다. 코뜨기, 안뜨기, 겉뜨기의 단계가 익숙해지면 목도리뜨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몸은 해보지 않은 기능을 수행할때 저항이 강하다. 시간을 들여 꾸준하게 연습하면 저항이 줄어들고 이내 자연스러워진다. 이런 과정으로 새로운 기능이 존 안으로 들어오고 내 컴포트 존은 넓어진다.
컴포트 존이라는 말만 새로 알았지 익숙한 개념이다. 우리가 아는 성장의 과정과 맞닿아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하는 많은 행동과 기능을 가진 채로 태어나지는 않았다. 모두 처음이 있었고 부침도 겪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쌓여서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기능이 늘어났다. 그리고 컴포트 존 안으로 여러 기능을 들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필요한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컴포트 존 밖으로 나가는 모험(?)을 스스로 하기도 한다.
성인이 되면 자신과 주변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 스스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학생인 아이들에게는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무엇을 익혀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다.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어른들은 아이들이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괜찮아." "할 수 있어.""조금만 더 해보자." 이런 말들이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작은 성공을 경험할 때마다 칭찬을 해주고 "봐 할 수 있지?"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익숙해진 기능들이라 아이들의 서툰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다그치거나 잔소리를 하기보다, 우리 역시 그 과정을 거쳐왔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 시절 우리 뒤에도 우리를 믿어주던 어른이 있었다. 아이들이 믿는 어른의 한마디는 힘이 세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환경, 단계를 만들어 주는 것도 어른(교사)의 역할 중 하나다. 구구단을 다 외운 아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 구구단을 순서대로 세번 써오라는 과제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구구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 일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자릿수와 곱셈의 원리를 이용하여 (두 자리수) x (두 자리수)의 곱셈을 해보라 하기는 어렵다. 컴포트 존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난이도의 과제는 좌절감을 불러온다. 이 아이에게는 무작위로 구구단 문제를 내서 답을 하게 하거나, (한 자리수) X (한 자리수)의 곱셈을 과제로 내주면서 곱셈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제글쓰기(일기), 받아쓰기, 필사하기 등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매일 시킨다. 균형있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손에 있는 소근육들이 발달한다. 글쓰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손으로 하는 여러 활동을 정교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써야 할 글을 마주하면 고요 속 연필소리와 막막함의 한숨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어떤 아이가 글을 쓰다가 외쳤다 "선생님 손이 탈 것 같이 뜨거워요" 곧바로 답해준다. "손이 아픈게 정상이야 더 잘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는거야.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