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로운 Sep 03. 2023

망태할아버지, 진짜 진짜 없죠???

콩닥콩닥 여섯 살


뉘엿뉘엿 해가 지면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에너지가 샘솟을 시간인데, 그녀가 평소와 다르다.


"이제 빨리 치카하고, 책 읽고, 얼른 자야 돼요."

두 손까지 공손히 모아가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우리 윤서가 해야 할 일 착착 순서대로 잘 아네? 그래도 아직 저녁이니까 좀 더 놀아도 돼." 하는 순간,

참았던 눈물 끝까지 붙잡아보려 아무리 애써봐도 입꼬리가 아래로 아래로 끌려내려 가며 윤서의 짠한 슬픔이 쏟아졌다.

"안 돼요, 망태 할아버지 오면 어떡해요..."


며칠 전, 친한 이모가 실감 나게 읽어준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박연철, 시공주니어) 후유증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모가 읽어줄 때도 사색이 되어 내 뒤에 꽁꽁 숨어있더니 어두워질 때마다 슬금슬금 공포가 밀려오나 보다.



"망태 할아버지는 정말 무서워.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다 혼을 내준대.

우는 아이는 입을 꿰매 버리고

밤늦도록 안 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대.

망태 할아버지는 이 세상 모든  나쁜 아이들을 잡아다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낸대."



이야기는 아이의 마음은 몰라주고 잔소리만 하던 엄마가 아이에게 사과하고 화해하며 끝나지만, 반전!

엄마의 등에 커다란 동그라미 도장 자국이 남아있다. 엄마가 망태 할아버지에게 잡혀갔다 왔음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얼핏 보면 해피엔딩 같은 장면조차도 우리 윤서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행여라도 우리 엄마도 망태 할아버지에게 잡혀갈까 안절부절...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하고 불안해 보여서

"너 이렇게 울고 속상해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무슨 일 있나, 궁금해서라도 와 보시겠다!" 농담조차 나오다 들어갔다.

순둥순둥 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순두부 멘탈, 마음이 여릴 줄이야.


"망태 할아버지 정말 정말 진짜 진짜 없죠?"

끝없는 확인과 점검과 기도가 이어지는 요즘.


"그건 아이들 착하라고 어른들이 만든 이야기야. 망태 할아버지는 없어."

동생을 위하는 듯, 세상을 좀 아는 듯, 일곱 살 언니의 시크한 위로.


과연 윤서는 인생의 최대의 위기, 고민을 잘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