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내 말을 써내려갔다.
"어린이 집에 다닐 때부터 아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계속 문제를 일으키니 혼날 수 밖에 없었죠.
집에 오면 또 저한테 한 번 더 혼나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보다 잘 웃지 않았어요.
이런 게 아빠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 걸까요?
제가 사실 이혼하고 친정부모님이랑 아이를 키우고 있거든요."
의사는 이어서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따가운 말들을 피해 이 공간을 벗어나려고 할 뿐이었다.
오로지 내 입에서 나온 말을 통해 아이의 상태에 대한 '마지막 말 한마디'가 결정됐다.
"소아 우울증으로 보입니다. 더 자세한 건 검사를 통해 알아봐야겠네요."
"소아 우울증이요?"
추가적인 검사를 위해 다시 또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했다.
의사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 싶었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보낼 선물을 포장하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온다.
"엄마, 제가 도와드려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여기 앉아서 한 번 해봐."
혼자 하면 더 빨리 할 텐데 아이의 질문에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진다.
"엄마, 이건 뭐예요?"
"이름 스티커 붙이는 거야."
"제 이름도 만들어도 돼요?"
"그래, 한 번 해봐."
핸드폰에 자기 이름을 쓰고 글자 크기를 조절한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 이름표를 만들어냈다.
아무 것도 혼자 하지 못하던 아이가 해내고 있다.
감사하다. 또 감사하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