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옆에 놓인 둥그런 의자 위에 앉아 아이를 내 무릎 위에 앉혔다.
물끄러미 네모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의사는 우리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나는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요. 알아보고 싶어서 왔어요."
의사는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
그 때 아이의 귀를 막아줬으면 좋았을걸, 무릎에 앉아있는 아이는 모든 걸 다 들었다.
분명 내가 사랑하는 아이인데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았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는 널 미워한게 아니란다."
밖에 나간 아이는 해가 져서 하늘이 어둑어둑한데도 들어오지 않는다.
같이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했는데 8시가 지나도 소식이 없다.
이럴 때는 핸드폰을 사줘야하나 싶다.
현관쪽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랫동안 기다린 탓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이내 나쁜 마음이 스르르 사라진다.
해맑게 웃으며 들어온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감사하다.
너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너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