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내가 들어갈 차례구나...'
덜컥 겁이 났다.
'아이에게 큰 문제라도 있으면 어떻게 하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그 목소리가 유난히 더 차갑게 들려 내 마음을 얼리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진료실로 들어가야 했다.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7살 아이였다.
"이제는 의사 선생님 만나러 가야해."
아이를 잡은 손에서 따스함은 사라졌다.
의사의 입을 통해 듣게 될 '그 말 한마디'에 대한 두려움만 남아있었다.
남편과 만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섰다.
핸드폰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해보니 5분 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제 5분 남았어. 엄마랑 뛰어 볼까?"
아이가 "네."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아이보다 앞장 서 달려갔다.
뒤 쫓아오던 아이가 나를 부른다.
멈춰서자 손을 잡는다.
그리고 발 맞추어 나란히 같이 달렸다.
아이를 잡은 손에 온기가 가득하다.
감사하다.
그저 감사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의 손을 잡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