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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숲 혜림 Oct 22. 2024

손끝으로 따라 쓰는 감사 명언-12일

아이에게 소아우울증 진단을 내린 의사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 다녀와 도저히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나와 아이를 바라보는 친정 엄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집에 들어가길 멈추고 현관 앞 놀이터에 머물렀다.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놀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벤치에 앉아 아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는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언니는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었기에 육아에 관해서는 나와 통하는 점이 많았다.


"언니, 소아우울증이라고 그러네."

"진단이 이상한데? 잘못된 거 아니야?"

"내가 말하는 것만 듣고 판단하니까 더 그럴 수도 있겠어.

아이가 아빠가 없어서 우울해하는 것 같다고 그랬거든."

"내가 잘 아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알려줄게. 기다려봐."


언니는 잠시 통화를 멈추고 병원 이름을 찾아보는 듯 조용했다.

나는 그동안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보통 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도대체 너에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새로 이사 온 우리 집 앞에는 놀이터가 있다.

저녁 시간이 되어가면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저녁을 먹기 전에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가려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소리 안에는 내 아이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이제 더 이상 혼자 놀지 않는다.

함께 노는 친구가 있다.


감사하다.

또 감사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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