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로운 숲 혜림 Oct 23. 2024

손끝으로 따라 쓰는 감사명언-13일

하늘이 점점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갔다.

놀이터에는 나와 아이만 남아있었다.

우리도 집으로 들어가야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모님께 나와 아이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죄송했다. 

분명 이렇게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의 불안한 마음을 마주해야만 했다.

이대로 사라지고만 싶었다.


아이가 혼자 그네를 타며 나를 불렀다. 

"엄마, 밀어줘."

그네를 오래타면 어지러울 법도 한데 그만 타겠다는 말이 없었다.

아이는 하늘 높이, 더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놀이터에 있기에는 하늘이 너무 까맣게 물들어버렸다.

계속 타고 싶다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억지로 끌어당겼다.

"제발,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 

퇴근길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로 앞유리를 닦아야 할 정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집에 가면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주차를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자전거가 있어야 할 곳에 자전거가 없다.

분명 밖에 비가 내리는 데 자전거가 없다.


현관문을 열고 아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도 없다.

1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들어오지 않는다.

얼마 뒤, 현관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집으로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감사하다.

스스로 집에 들어온 아이에게 감사하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놀다가 들어온 아이에게 감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