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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숲 혜림 Oct 24. 2024

손끝으로 따라 쓰는 감사 명언-14일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아이의 손을 잡았지만 힘이 없었다.

땅만 바라보고 있던 눈을 위로 올렸다.

31층 아파트에 수많은 집이 보였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안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 중에 나를 위한 빛은 없었다.

그래서 나와 아이는 더 어두워졌다.


'다들 행복하게 잘 사는데 나만 불행하구나.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

어떻게든 살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내는 사람처럼 나를 더 지독한 어두움으로 밀어 넣었다.

희망보다는 절망을 선택했다.

어떤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컴컴해진 놀이터 안에서 나 아이는 갈 길을 잃었다.


아이는 가만히 멈춰있는 엄마가 이상했나 보다.

내 손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이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친정엄마가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물었다.

"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그러는 거야?"

"소아 우울증이래요.

아무래도 결과가 이상해요. 다른 병원에 가야겠어요."


나는 사실 그때,

무얼 해야 될지 잘 몰랐다.

다른 병원에 간다고 미래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다쳤다며 다급히 집에 들어왔다.


바지를 무릎까지 올리고 다친 부분을 확인했다.

뾰족한 곳에 찍혔는지 살이 살짝 파여있었다.

다행히 바지가 가려준 덕분에 피는 많이 안 났다.


상처를 닦아주려는 데 아이는 겁이 나나보다.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엄마 믿지? 금방 치료해 줄게!"


이제 나는 아이를 잡아줄 수 있는 힘이 있다.

감사하다.

또 감사하다.

내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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