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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숲 혜림 Oct 25. 2024

손끝으로 따라 쓰는 감사 명언-15일

병원을 알려주기로 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여기는 교육청 협력 병원이라서 봐줄거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꼭 가봐."


언니가 새로 알려준 병원은 나에게 어떤 동아줄을 내려줄까?

부디 나에게 살 수 있는 단단한 동아줄을 내려주길 내심 기대됐다.

아직은 어두운 터널 속에 작은 희망의 빛이 살아있었다.


다음 날, 병원이 문을 여는 8시 30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8시 30분이 되자마자 전화 버튼을 눌렀다.

다행이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제 아이가 검사가 필요해서 방문하려고 하는데..."

"이번 주까지는 예약이 어렵고 다음주 수요일에 오시면 되겠어요."

"네? 이번 주는 안되나요?"

"검사는 일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요."

어젯밤 약하게나마 살아있던 작은 빛이 스르르 약해지고 있었다. 


뚠 눈으로 일주일을 더 견뎌야 한다니...

나는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되었지만 밥이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며칠동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밥도 먹지 못한 채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불안이 턱 끝까지 차올라 살려달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풀 한 손을 입 가까이에 가져갔다.

그리고 나는 손톱을 깨물었다.

살려달라는 그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입을 막아야만 했다.

살이 뜯겨 피가 나는데도 아프지 않았다.


때마침 아이의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아이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자, 밥그릇 가져가렴."

아이는 식탁 위에 밥그릇을 놓는다.

"국은 뜨거우니까 천천히 갖고가."

국그릇을 들고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식탁 위에 "탁!"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많이 뜨거웠다보다.


"자, 우리 이제 밥 먹어볼까?"

"엄마 먼저 드세요."

"그래, 고맙다. 아들."


감사하다.

감사하다.

너와 마주 앉아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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