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른 사람에게 통화 내용을 들켜서는 안된다.
아무도 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계단 위로 높이 높이 올라갔다.
전화가 끊기기 전에 더 높이 올라가야했다.
계단 끝 컴컴한 구석으로 몸은 숨겼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학교예요."
2019년, 코로나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던 시기였다.
입학은 했지만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려웠다.
담임선생님이 아닌 돌봄선생님으로 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아이가 점심을 먹다가 콩나물국을 옷에 모두 다 흘렸다고 했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아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했다.
집으로 데리고 가서 씻어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나는 털썩 주저 앉았다.
당장 달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미안해요. 학교에서 집에 데리고 가달래요.
옷에 콩나물 국을 쏟았나봐요.
갈아입을 옷 준비해서 학교로 가주세요."
"엄마는 괜찮아. 너무 속상해 하지마."
나는 또 친정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
노후에는 부디 편하게 지내시길 바랐는데
내가 엄마에게 짐이 되었다.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주저 앉은 채로 울었다.
누가 들을까봐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이와 저녁을 먹는다.
오늘의 메뉴는 된장찌개다.
어릴 때는 된장에 있는 두부만 건져먹던 아이였다.
이제는 국물이 맛있다며 밥을 말아서 먹는다.
아이가 식탁 위에 반찬을 흘렸다.
얼른 일어나 휴지를 갖고 온다.
한 칸을 떼고 가지런히 휴지를 내려놓는다.
휴지로 깨끗하게 흘린 반찬을 치운다.
감사하다.
아이가 스스로 해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감사하다.